제44장 다시 출근해
한수호는 샤워를 마치고 전신 거울 앞에서 느긋하게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전화는 아무렇게나 테이블에 놓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서아는 수화기 너머로 약간은 빳빳한 재질의 셔츠가 스치면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너무 잘 알면 이게 문제다. 굳이 보지 않아도 소리만 들으면 머릿속에 해당 장면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한수호는 까만색을 선호하는 편이었기에 까만 셔츠에 까만 바지를 맞춰 입었을 것이고 이는 한수호의 큰 키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고 아우라도 더 도도해 보이게 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단추를 다 채운 한수호는 턱을 살짝 들고 옷깃을 정리할 것이다. 날렵한 턱선은 옷깃처럼 선명할 테고 넥타이도 한씨 가문 후계자 신분처럼 제일 정통적인 윈저 노트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그는 워치 와인더에서 시계를 골라...
여기까지!
이서아는 눈을 감은 채 어딘가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서아의 기억 속에 한수호의 비중이 너무 컸다. 시도 때도 없이 삐져나와 이서아의 생각을 흐트려놓았다.
이서아가 화를 꾹꾹 참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대표님.”
한수호가 옷장을 열어 가지런히 놓인 외투에서 아무렇게나 한 벌 집어들었다.
“스카이 별장으로 와. 차고에서 차 한 대 끌고. 고객 만나러 가야 해.”
한수호는 목제 옷걸이를 다시 걸어두고는 외투를 걸치고 핸드폰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소매를 정리했다.
“이 비서, 마지막 한주까지 자기 자리를 지켜줬으면 해.”
이서아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다.
‘마지막 한주라는 건 다음 주면 놓아준다는 뜻일까?’
이서아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표님 뜻은 한주만 더 출근하면 퇴사 가능하다는 거죠?”
한수호가 말했다.
“15분 줄게. 맞춰서 내 눈앞에 나타나.”
한수호는 다른 건 몰라도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서아는 마음에 확신이 섰다. 한주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다른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잠깐 참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한수호가 갑자기 비아냥댔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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