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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흐릿한 눈빛

이서아는 술잔을 들고 석 잔을 연달아 마신 후 술잔을 엎으며 웃었다. “다 마셨어요. 인혁 씨 앞으로 하는 일마다 다 잘 풀리기 바라요. 오늘 진짜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요. 죄송합니다.” 그녀는 한수호의 그윽한 눈빛을 뒤로한 채 돌아섰다. 마시고 한마디 하고 나가기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되어 사람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물론 가려는 그녀를 막지는 않았다. 그저 그녀가 떠난 후 재미가 없다면서 투덜거렸다. 이서아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였다. 그 상황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룸을 나설 수가 없었다. 석 잔으로 해결하는 건 물론이고 김하나를 찾는 데도 방해되지 않기에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반항하면 자존심을 챙길 수는 있지만 자존심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었고 되레 도련님들의 재미만 늘려줄 뿐이었다. 이서아는 한수호가 그녀에게 술을 마시라고 한 게 무슨 뜻인지조차 생각하기 싫었다. 한수호는 그녀가 나간 후 담배를 끄더니 술을 따른 친구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왜 그래? 수호 형?” 옆에 있던 안승원이 한마디 했다. “수호야, 술 섞어 마시면 취하기 쉬운데 올라가서 볼래? 여기 좀 복잡하잖아.” 그러자 백인하가 한수호의 손을 잡고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 “서아 언니 술 잘 마셔서 괜찮을 거예요. 아까 누굴 급하게 찾는 것 같던데 대표님이 가서 보세요.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한수호가 말머리를 돌렸다. “피곤해? 집에 데려다줄까?” 백인하는 그의 어깨에 다소곳하게 기댔다. “안 피곤해요. 옆에 있을게요.” 그제야 정신이 든 소인혁은 안승원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마디 했다. “그럼 내가 가볼게.” 이서아는 김하나의 답장을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들렸지만 아무도 받질 않았다. 복도의 불빛은 어두컴컴했고 술과 담배, 그리고 향수 냄새가 한데 섞여 무척이나 역겨웠다. 게다가 조금 전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신 탓에 속이 별로 좋지 않았고 마음도 급해서 저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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