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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장 달

”한의사 못 믿어요?” 신강인이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말했다. “한의사 역사가 얼만지 알기나 해요?” “알죠. 한의학이 얼마나 어려운 학문인지 당연히 알죠. 그래서 말인데 교수님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배우셨어요?” ‘한의학이 배우기 쉬운 줄 아는가?’ 맥을 짚어 몸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건 의학 천재가 아닌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몇십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지 않으면 이 정도 실력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신강인은 대학교수인데 그럴 여유가 있을까? 신강인이 피식 웃더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맞아요. 나 맥 짚을 줄 몰라요. 전혀 몰라요.” 이서아가 조용히 말했다. “교수님 거짓말하셨어요.” 그러자 신강인이 이서아에게 말했다. “내가 거짓말한 이유는 난 서아 씨가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이서아의 눈썹이 저도 모르게 씰룩이었다. ‘알고 지낸지 한 달밖에 안 된 신강인도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는데 한수호는?’ 심지어 한수호는 이서아가 유산했다고 자신에게 거짓말했다고 생각했다. 이서아는 도저히 울분을 삼키기 어려운지 신강인의 손에서 맥주캔을 빼앗았지만 신강인이 도로 빼앗으려 했다. 그러자 이서아는 맥주캔을 뒤로 숨기면서 말했다. “마시고 싶어요. 교수님이 술 친구 해주세요.” 신강인이 극구 반대했지만 이서아는 지금 울분을 토할 수 있는 계기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피곤해서인지 이서아의 눈빛이 흩어져있었다. 그런 눈빛으로 신강인을 바라보니 왜인지 아련함이 들었다. “교수님이 한의사라면서요? 무슨 일 생기면 교수님이 절 살려내면 되잖아요.” 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라니, 신강인은 더는 거절을 못 하겠는지 말했다. “주량이 세 병이에요.” 두 사람은 베란다에서 맥주를 마셨다. 이서아와 김하나가 이 집으로 이사 오게 된 원인의 하나가 바로 전망 좋은 베란다 때문이다. 두 사람은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셨고 바닥에도 맥주가 한 묶음 놓여있었다. 신강인이 맥주 한 병을 열어 조금만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한 병, 두 병, 이서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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