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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임세린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조급해하는 것 같은데, 난 오히려 덤덤하기만 했다. “무슨 일이야?” “난 네 아내야. 네가 어디냐고 묻는데, 이게 무슨 태도야? 왜 전화 안 받는 거야? 네가 한 짓이 맞다고 생각해?” 임세린의 목소리가 좀 가라앉혀졌다. “모텔에서 자고 있었어.” 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옷을 입었다. “모텔에서 자고 있다고? 대낮에? 강주환, 말 좀 똑바로 하면 안 돼?” 임세린은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났다. “말 똑바로 한 거야.” “당장 돌아와.” 임세린은 나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제 날 쫓아낸 사람은 너야. 밤새 연락 한 번 안 하더니, 이제 와서 돌아가라고? 내가 그렇게 비천해? 네가 말하면 꼭 들어야 하는 줄 알아?” 난 코트랑 카드키를 들고 나갔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 강주환, 지난 얘기를 다시 꺼내자는 거야? 박설아는 내 제일 좋은 친구야.” “그럼 난 먼데? 네가 제일 싫어하는 애인? 이 말을 할 때, 가소롭단 생각 안 해? 어제 박설아가 욕실에 있는 줄 몰랐어. 발견했을 때 바로 문을 닫았고. 그리고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뭘 했을 리도 없고.”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질 정도로 나 자신을 비웃었다. 제일 좋은 친구란 한마디 때문에, 난 내 아내한테 집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마치 집을 잃은 개처럼 공원 벤치에서 밤을 새웠다. 만약 태양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임세린은 아직도 이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내가 임세린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보게. 나의 갑작스러운 폭발에 임세린은 순간 조용해졌다. 내 말을 믿은 건지, 아니면 무의미한 다툼을 하기 싫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난 조용히 임세린의 대답을 기다리며 카운터에서 체크아웃했다. “집에 들어와. 어제 일은 그냥 지나가자.” 한참이 지나서야, 임세린의 지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내 귀에 전해졌다. 가볍고 힘없는 한마디. 또 한 번 내 자신을 비웃었다. 하룻밤을 기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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