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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장

물론 지금은 돈 때문에 디자인을 배운 게 아니다. 지난번에 임세린과 협상한 후 받은 돈은, 용구가 많지 않은 나에게 있어서 평생 쓸 수 있는 액수였다. 그뿐만 아니라, 난 임진 그룹 3%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이기도 하다.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지금 난 시간을 때우고 자아를 충실해하고 싶어서 디자인을 배우고 있는 거다. 그리고 난 디자인만 배우고 있는 게 아니다. 철학적인 서적에도 관심이 있다. 그 서적 중에서 나의 영혼과 공명할 수 있는 문구를 찾는 중이다. 마음이 강하지 않은 사람은 남의 인정을 받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봤던 책들의 대부분 관점은 모두 과거를 내려놓으라는 거다. 난 이 점을 인정할 수 없다. 심지어 수많은 칭찬을 받았던 철학가의 작품들이 개똥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태재치의 “인간 실격”이란 작품을 본 순간, 내 영혼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심 세계가 풍부한 사람도 아마 현실을 직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저녁, 임세란은 정각에 돌아왔다. 그녀는 늘 그랬듯 가방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고 업무를 처리할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봤는지, 테이블에서 박설아가 그녀에게 보내준 초대장을 손에 들고 이마를 찌푸렸다. 순간 내 심장이 철렁했다. 임세린이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한다면 내가 초대장을 먼저 열어봤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훔쳐본 행동에 호통을 치지 않고 그냥 초대장을 열어보았다. 인상을 쓰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펴지긴 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걱정으로 가득했다. 난 괜히 간섭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선택할 건지, 전혀 물어보지 않고 그냥 모르는 척했다. 이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니까. 그리고 계속 펜을 들고 책에 표시했다. 그러다가 이런 문구를 보게 되었다. 인간 실격, 마음속의 두려움은 마치 블랙홀처럼, 계속 나의 영혼을 삼키고 있었다.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두려움이 계속 커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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