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난 임세린의 이런 직설적인 모욕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니, 그것보다 더 심각했지만, 그 말보다 난감함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여자 앞에서, 자기 아내한테 입에 담기 힘든 저속한 모욕을 당했으니, 다른 남자였다면 절대 참지 못했을 것이다. 임세린은 나한테 망신을 주려 할 뿐만 아니라, 내 자존심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난 반항하고 싶었고 반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보내기로 했다.
이보다 더 힘든 상황도 이겨 냈으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조롱이 담긴 눈빛으로 날 본다고 해서 살점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눈을 뜰 용기가 없었다.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정신의 내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어 나올까 봐 겁이 났다.
난 가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분명 임세린한테 실망, 심지어 절망까지 했던 내가 대체 왜 다시 마음이 돌아서게 된 걸까?
난 아마 타고난 등신인 것 같았다. 그러니 임세린한테 당해도 싸다.
추재은의 얼굴도 빨개졌고 벌떡 일어섰다. 분노와 굴욕 때문에 숨결마저 흐트러졌다.
“재은 씨, 일단 앉아요. 의견이 맞지 않았을 뿐인데 이럴 필요 없잖아요. 임 회장님도 그래요, 그런 말은 좀 심하잖아요.”
싸움이 계속 이어진다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인지, 누군가가 말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추재은은 오히려 더 화를 냈다.
“의견이 맞지 않다고요? 세린 씨, 당신은 지금 남을 모욕하고 있는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당신 남편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세린 씨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세린 씨도 잘 알 텐데요?”
싸움을 말리던 여자는 추재은의 말을 듣고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 여자는 그제야 이번 사건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난 주위 사람들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자세히 훑어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임세린도 추재은의 말을 듣고 분노가 폭발했고 목소리마저 커졌다.
“재은 씨도 알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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