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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임영애가 그 말을 할 때, 목소리가 많이 낮아지고 기세도 약해졌다. “유아야, 가자. 집에 가서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 임영진은 모두 남도하의 집에 가서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면서 소통했으면 했다. 박유아가 고정태를 바라보자, 임영진이 얼른 고정태 사제를 소개했다. 박유아의 안색이 누그러지며 미안한 표정으로 고정태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삼촌께서 멀리서 초대하셨는데 웃음거리만 보여드렸네요. 고정태 씨, 아라 씨.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가서 차 한잔하시면서 얘기하죠.” 박유아는 임영진이 고정태를 부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 부부가 악귀에 씌어 시어머니에게 좋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은 고정태로 그녀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 8년 전, 장남을 잃은 후 박유아와 임영애 사이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 8년 동안 임영애의 수많은 친정 식구가 나서서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했다. 고정태가 답했다. “그러면 가시죠.” 남도하 부부가 고정태를 모시고 앞서가고 임영진은 임영애와 함께 뒤따랐다. 고아라는 소이현과 함께 했는데 소이현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 그녀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정태가 평생 배운 것들이 진정한 점술가 눈에는 반 푼짜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제자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지만 아쉽게도 고아라는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고아라는 인과관계를 믿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고 믿어 때로는 그 인과가 전생과 현생을 잇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임영애의 일도 마찬가지였다. 임영애의 잘못이 먼저였고 그게 바로 원인이었다. 그 잘못으로 인해 남도하 부부의 마음이 식어 그녀를 상대하기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녀가 초래한 결과였다. “소이현 씨, 조카며느리도 억척스러운 분이시죠?” “억척스럽기는 하나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에요. 조금 있다 직접 얘기를 나누면 제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모두 자업자득이에요.” 소이현이 임영애의 등을 가리키며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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