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입이 가볍다고? 설마 네 와이프를 말하는 거니?”
최현우는 말문이 막혔다.
최현우의 시계에 숨어있던 최준태는 아내의 말소리를 듣고 나오더니 곧바로 김여옥의 옆에 앉아 얼굴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을 얼굴을 스쳐 지나갈 뿐 그 어떤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나마 자신이 영혼이라는 걸 까먹은 것 같았다. 만지기는커녕 김여옥과 최현우는 그의 모습을 볼 수조차 없었다.
최준태가 옆에 앉자마자 서늘함을 느낀 김여옥은 사무실의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은 줄 알고 최현우에게 투덜거리며 말했다.
“에어컨 온도 좀 높여. 솔직히 너 같은 얼음덩이가 옆에 있으면 에어컨은 없어도 돼.”
최현우는 일어나서 에어컨을 껐다.
그 말을 들은 최준태는 본인 때문에 추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재빨리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초적으로 사람과 영혼은 많이 다르다.
아무리 수십 년 동안 금실 좋은 부부였다 한들 지금은 음과 양이 분리된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되고 계속 옆에 맴돈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김여옥은 점점 몸이 아파질 것이다.
“현우야, 할머니는 이 손자며느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
최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이미 결혼했잖아요.”
“알아. 결혼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내 손자며느리가 아니겠지. 넌 이혼당하고 싶니? 아니잖아. 그러니까 옮겨가서 그 애랑 같이 살아. 함께 지내다 보면 마음이 생길 거야.”
최현우는 말없이 김여옥을 바라봤다.
그제야 갑자기 찾아온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할머니가 원하신 대로 결혼했으면 됐잖아요. 그다음은 제 사생활이에요. 더 이상 간섭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옮겨가서 그 애랑 같이 산다면 다시는 네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으마. 약속할게.”
김여옥은 확신에 차서 단호하게 말했다.
결혼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부부가 같이 살지도 않는다면 이 결혼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다.
김여옥은 손자인 최현우의 곁에 그를 배려하고 보살펴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물론 증손자를 안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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