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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허문종의 눈은 그녀의 확고한 눈빛에 깊이 머물렀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천천히 말했다. “좋아요.” 침대 위의 하수연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허문종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종 씨, 미쳤어요? 저 여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나를 치료하도록 허락하는 거예요?” 이전의 감동은 이제 하수연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오직 분노만이 가득했다. 허문종은 하수연의 분노를 마주하며 마음속으로는 슬펐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수연아, 내가 믿는 건 시훈이야.” 하시훈은 성격이 무덤덤하고 차분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가족이 누구보다 중요했다. 그는 자신을 키워준 친누나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칠 리가 없었다. 고정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하시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아, 만약 우리가 오늘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야?” 하시훈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아는 반드시 여기에 있어야 해요.”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설인아에 대한 보호였고 설인아에 대한 믿음이었다. 고정윤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표정을 풀고 하시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엄마가 허락할게.” 그리고 그녀는 설인아를 향해 눈길을 보냈다. 이내 앞으로 나아가 설인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기는 너에게 맡길게.” 설인아는 그녀의 아들이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설인아를 믿었고 더욱 믿는 것은 그녀의 아들이었다. 설인아는 마음속으로 조금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하시훈과 고정윤이 그녀를 믿어줄 줄은 몰랐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정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머니, 저는 아주머니의 선택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이 말은 그녀의 약속이었다. 하수연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녀는 어머니마저 설인아를 허락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손을 제외한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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