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잠시 후 설인아가 말을 이었다.
“아주머니, 괜찮으시면 제가 할까요?”
차를 들고 있던 고정윤의 손이 멈췄다. 그러면서 조금 전에 며느리가 많이 놀란 것 같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지만 최대한 덤덤한 얼굴로 설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고정윤의 손에서 차를 받아든 설인아는 고개를 숙이고 차 도구를 진지하게 진열해 놓기 시작했다.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도 않는 설인아를 보니 하영준의 말이 그녀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설인아의 가늘고 균형 잡힌 손가락이 차 도구 위로 천천히 내려갔다. 동작은 부드럽고 차분했다. 찻잔을 데우고 차를 넣고 물을 붓고 거품을 걷어내는 등 일련의 차 준비 과정은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우아하고 차분하며 당당했다.
고정윤의 눈빛이 순간 반짝 빛났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서 차를 잘 우려내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물며 설인아처럼 숙련된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한눈에 봐도 하루 이틀 배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설인아에 고정윤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바로 이때 거실 밖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여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왜 그런 여자를 데려왔니?”
거품을 걷어내던 설인아의 손이 순간 멈췄지만 이내 다시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하지만 그 여자는 말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계속해서 불평했다.
“설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데? 우리 집안과 어울린다고 생각해? 당장 헤어져.”
명령하는 듯한 어조에 눈빛이 굳어진 하시훈은 하수연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일이야, 상관하지 마.”
싸늘한 얼굴로 한마디 한 하시훈을 보니 하수연의 간섭이 매우 불쾌한 듯했다.
하수연은 그의 친누나로 집안 장녀였기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으므로 하시훈은 그녀에게 대들 생각은 없었다.
하시훈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친 하영준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넌 안목이 점점 못해지는구나.”
설씨 가문의 버림받은 딸이 감히 하씨 가문을 넘보다니?
잔뜩 어두워진 안색으로 설인아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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