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장
손지희가 주먹을 말아 쥐며 반박했다.
“대표님, 그러다 이연이 죽어요. 그냥 놔주시면 안되는 거예요?”
차재욱의 눈가엔 한기가, 꽉 다문 입은 일자로 늘어져있었다.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내 목숨이나 다름없는 서현이를 건드렸어, 너까지 끌어들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허성빈 체면은 충분히 살려줬다 생각하는데. 진짜 너랑 아무 연관 없는 일이야?”
차재욱의 서늘함이 손지희를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빨개진 눈으로 허성빈을 바라보는 여자의 목소리도 한결 나긋해졌다.
“성빈아, 나랑은 무관한 일이야. 믿어줘 제발.”
덤덤하게 쳐다보는 허성빈의 말투는 건조하다.
“네가 지시한 게 맞든 아니든 유이연은 네 비서야, 너한테도 연대 책임이 있다고.
이번 일 끝나면 결혼 계약도 파기할 거야, 이 일에 대한 벌로 삼아.”
눈물을 왈칵 쏟은 손지희가 허성빈의 발을 붙잡고 간청했다.
“성빈아, 뭐든 다 되는데 파혼은 안돼. 우리가 같이 큰 세월이 얼만데 이렇게 매몰차게 끝내 버릴 거야?”
허성빈이 천천히 제 손을 빼냈다.
“난 처음부터 반대였어. 할아버지 닥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고. 우린 아닌가 보다, 그러니까 하루빨리 끝내는 게 좋지.”
야멸친 오빠의 모습에 허민주가 분에 차 강서현에게 화풀이를 했다.
“저 나쁜 여자 탓이야, 저 여자만 아니었으면 파혼할 일도 없었잖아.
넌 뭐 세상 모든 남자들이 너만 에워싸고 돌았으면 좋겠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윽고 차재욱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리꽂혔다.
“집안 일엔 내가 끼어들 게 못되지. 대신 그런 식으로 내 여자 헐뜯는 건 가만 안 둬. 와서 끌어내, 다시 한 번 헛소리하면 입 다 꿰매버릴 줄 알아.”
비서가 강제로 허민주를 끌고 나갔다.
난감해진 허성빈이 강서현에게 말했다.
“서현 씨, 푹 쉬어요. 난 집안 일 처리하러 가야겠네요. 동생이 상처 준 건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부디 대회 준비엔 영향 주지 않길 바래요.”
허민주는 마음에 들지 않는대도 허성빈은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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