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장
부모님을 잃은 뒤로 오래도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한때 이준 역시 가족 같은 느낌을 줬지만 그건 사실 강서현을 좋아해서였지.
이번에야말로 그런 번거로운 일에 휘말리기 싫다.
“이사님, 절 왜 이렇게 도와주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강서현의 진정성과 경계심이 동시에 담긴 눈빛을 보노라니 허성빈은 가슴이 저릿하다.
그가 서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마요, 이성으로의 호감이 아니라 단순히 좋아하는 거 뿐이에요. 제2의 이준이 되진 않을 겁니다, 그저 이런 인재를 잃는 게 싫어서.”
그제야 강서현이 안도의 숨을 쉬었다.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절대 이사님 기대 저버리지 않을게요.”
이내 그녀는 태블릿을 꺼내 허성빈과 열띤 토론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어깨를 나란히 붙이고 머리는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로까지 좁혀진 상태다.
속이 부글부글 들끓었던 차재욱은 칵테일을 단번에 원샷했다.
그 뒤로도 몇 잔을 더 마셨지만 도통 울화가 가라앉질 않았다.
그 사이, 김민우가 곁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공장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해결해 주셔야겠는데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건네받은 차재욱은,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본 뒤에야 자리를 떴다.
그로부터 30분 뒤.
다시 안으로 들어왔을 때, 강서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허성빈만이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부리나케 다가간 차재욱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서현은?”
“배 아파서 화장실 갔어요.”
일순 차재욱은 긴장감에 휩싸인다.
“간지 얼마나 됐는데?”
시계를 확인한 허성빈은 그제야 강서현이 떠난지 15분 됐다는 걸 알아챘다.
“15분이나 됐는데 왜 아직도 안 오지? 무슨 일 생긴 거 아니겠죠?”
“서현이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내가 너 죽여버릴 거니까!”
차재욱이 헐레벌떡 화장실로 뛰어갔다.
눈에 뵈는 것도 없이 들이닥친 바람에 안에 있던 여자가 새된 비명을 지른다.
“으악! 여기 여자 화장실인데 미쳤나 봐 진짜.”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의 눈빛은 살벌하다.
“나가!”
그 뒤로 그는 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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