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장
강서현 쪽에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차재욱, 너랑 이럴 시간 없어. 애들 챙겨야 되니까 할 말 없으면 끊을게.”
이번엔 소익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서현 씨, 재욱이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이대로 계속 마셨다간 죽을지도 모릅니다, 제 말은 듣지도 않는데 서현 씨가 오면 안될까요?”
강서현의 목소리엔 일말의 걱정도 없었다.
“자기가 죽겠다는데 제가 그걸 무슨 수로 막아요. 선생님, 저 곧 결혼해요, 더 이상 그 사람이랑 엮여서도 안되고요. 이만 끊겠습니다.”
상대가 말을 하기도 전에 가차없이 통화가 종료됐다.
소익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투 보니까 이번엔 진짜 같은데, 너랑 강서현 이젠 끝인가 보다.”
강서현의 딱딱한 태도, 거기에 곧 이준과 결혼한다는 사실까지 겹치며 차재욱은 혼이 쏙 빠진 사람같이 소파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정략 결혼이 하루 이틀에 끝날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즉, 이준이 완전히 후계자 자리에 앉기 전까지 강서현과의 결혼 생활은 지속될 거라는 뜻이다.
그러는 동안 강서현이 이준에게 감정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감히 못하겠다.
지금이야 각 방을 쓴다지만 결혼 뒤엔 사람들 시선 때문이라도 한 방을 써야 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서로에게 각별한 마음이 생기는 건 면할 수 없는 일이다.
차재욱과 강서현 역시 그렇게 사랑이 싹트지 않았던가?
게다가 이준은 워낙 강서현을 사랑하는데다 정신과 의사라 원하는 게 뭔지를 잘 알테지.
분명 이 틈을 타 천천히 강서현을 제게 스며들게 만들 거다.
고로 이 결혼은 결단코 성사되어선 안된다.
차재욱은 소파에 드러누워 강서현의 이름을 하염없이 되뇌었다.
보다 못한 소익현이 한 소리 했다.
“다 진이나 그 등신 때문이야, 걔만 아니면 너랑 강서현도 이 지경까진 안됐지.”
말하다 보니 신호가 왔는지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 소익현이 죽은 듯이 누워있는 차재욱을 툭 찼다.
“일단 쉬고 있어, 화장실 갔다가 다시 너 데려다줄게.”
소익현이 부랴부랴 화장실로 달려가고, 내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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