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장
그가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다.
허구한 날 집안 싸움에 휘말린 유경험자로서, 별 탈 없이 살아남는 사람은 몇 없다.
그 불구덩이에서 어떻게 헤어나왔는진 그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 바람에 행복하던 결혼 생활마저 망쳐버렸는데 왜 그들을 도와야 한단 말인가.
자신 있으면 알아서 빠져나와야지.
다시 허리에 힘을 바짝 주고 자리를 뜨려던 그의 귓가에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서현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을 땐, 건너편 방문이 열리며 캐리어를 든 이준이 걸어 나왔다.
그를 바라보는 차재욱의 눈가에 의아함이 깃든다.
둘이 같이 지내는 게 아니었나?
설마......
어떠한 추측이 앞서며 그의 몸마저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무감했다.
“급한 불 꺼주러 갑니까 지금?”
이준은 그의 등장에 놀라긴 커녕 담담히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길 바래야죠, 결혼식에 차질 빚어지지 않게요.”
차재욱이 픽 웃음을 흘렸다.
“자신만만하네요. 콩이 체면 봐서라도 행운을 빌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택시에 앉은 이준은 부랴부랴 공항으로, 제 차에 탄 차재욱은 담배에 불을 지폈다.
여러 감정들이 들끓는 지금, 이렇게라도 평정심을 되찾아야만 한다.
약혼까지 했다면서 이준과 강서현은 왜 같이 지내지 않는 걸까?
혹여 3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둘 사이에 그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답을 찾지 못해 소익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나른한 음성이 들려왔다.
“야밤에 또 뭐야? 내 생각 때문에 막 잠이 안 와? 그럼 내가 지금 갈까?”
“꺼져!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 약혼까지 한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안 지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소익현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냐. 있다 해도 남자 문제거나 그냥 정략 결혼이겠지. 진짜 사랑하면 어느 남자가 본능을 참아, 아무튼 난 못해. 너도 그랬던 거 아니야?”
차재욱의 마음 한편에서 피어오른 호기심의 농도가 갈수록 짙어진다.
그렇다면 이준과 강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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