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장
어느새 둘만 남은 교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것과 달리, 서현의 창백한 낯빛이 지금의 심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절 그렇게 아프게 만든 차재욱은 무슨 자격으로 용서를 구걸하고 있을까.
4년이라는 결혼 생활, 제가 팠던 함정들을 그새 잊은 걸까.
잠자리를 가진 것도, 진이나를 위해 아들을 낳게 만든 것도, 웨딩드레스를 설계하게 한 것도 전부 다 차재욱 계획의 일부 아니었냐는 말이다.
들끓는 원한을 삼킨 강서현의 음성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어, 평생.”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짤막한 세 글자가 남자에게 비수로 날아가 꽂혔다.
실금이 간 눈으로 차재욱이 강서현을 바라봤다.
“우리 딸 봐서라도 나 안 밀어내면 안돼? 콩이한테 아빠 사랑이 필요하잖아, 나 만나고 말문도 많이 트였던데 그동안 빚진 데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여겨주면 안될까?”
혹여 강서현의 심기라도 건드릴까, 남자의 말투가 조심스럽다.
담담히 들어 올린 서현의 눈엔 질시가 어려있다.
“네가 빚진 건 평생 가도 못 갚아.
너 때문에 난 세상 누구도 못 믿게 됐어, 그래서 내 아이의 존재까지 부정하게 됐지.
네가 날 아들이랑 떼어놓는 바람에 우울증은 심해졌고, 내 딸은 자폐아로 태어났어.
평범한 아이들처럼 살지 못해서 벙어리라고 놀림 받은 게 몇 번인지 몰라.
이걸 네가 무슨 수로 갚아? 돈으로 아무렇게나 입막음하게?”
3개월 넘게 한약까지 먹어가며 생긴 딸을 강서현이 지우려 했다는 게, 콩이가 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게 그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진이나를 택하지만 않았더라면 콩이는 아빠 엄마와 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란 천진난만한 공주님이었겠지.
일순간의 그릇된 생각이 강서현을, 그의 딸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눈가가 빨갛게 물들며 목이 메어왔다.
“알아, 어떻게 해도 못 채워질 거야. 그래도 콩이 치료엔 참여하게 해주면 안될까? 하루빨리 평범한 애들처럼 살아가게 하고 싶어.”
그 말에 강서현이 으스러질 듯 펜을 꽉 움켜잡았다.
부릅뜬 눈으로 차재욱을 노려봤다.
“내 딸한테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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