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장
“하필이면 이때 할아버지 진맥하러 온 거야?” 먼저 정신을 차린 곽미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멍하니 서서 뭐해. 빨리 어르신을 부축해서 진맥하지 않고.”
그녀는 유소정의 신분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려 하지 않으려 모호한 한마디를 했다.
유소정은 가냘픈 몸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잠시 방으로 가시죠. 마침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화가 잔뜩 난 여태식은 유소정의 비굴한 모습을 보며 속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뭐예요? 형준 씨가 아까 사모님이라고 부르던데 의술도 할 줄 알아요? 같이 차 씨 할머니 병을 봐 드리라고 하면 어때요?” 보라색 한복을 입은 젊은 여자가 도발적으로 물었다.
백은서는 몸을 휘청이다가 여민석의 품에 안겨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걱정하며 물었다. “석아, 소정 씨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차 씨 할머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두려워하지 마.” 여민석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죽은 사람을 보듯 유소정에게 떨어져 백은서를 칭찬하는 말을 하라고 몰아붙이는 듯했다.
“사모님,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백은서 씨는 서울에서 슬리안대학에 추천으로 진학한 대학원생이에요. 저 같은 일반인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해요.” 유소정은 침착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린 동문이지만 백은서 씨만큼 훌륭하지는 않아요.”
그녀의 이력서는 확실히 백은서만큼 완벽하지 않다. 그녀는 여민석을 가졌으니 서울의 절반을 소유한 것과 같다.
백은서가 수줍은 듯 설명했다. “소정 씨는 첨 겸손하다니깐요. 사실 소정 씨는 의학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는데 아쉽게도 연애만...”
그녀의 목소리는 한결 낮아졌지만 말하려는 뜻이 분명했다. 유소정이 연애에만 신경쓰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말해주려는 것이다.
업계 사람들이 어떻게 유소정이 여민석의 아내라는 것을 모를 수 있겠는가.
지난날 여태식이 혼인광고를 냈을 때 업계의 부잣집 아가씨들이 다 여태식의 눈에 들어 여민석과 결혼하기를 바랐다.
보라색 한복을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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