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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이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한 소녀가 백은서가 난감해하는 걸 보고 농담조로 물었다. “백은서 씨, 말하기 민망한가요?” 백은서는 입술을 깨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여민석과 단 한 번도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데 그가 될지 안 될지 그녀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여민석은 그녀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체면을 깎는 것이니 말이다. 순간 백은서는 뜨거운 불가마에 앉은 것처럼 아무리 뒤척여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유소정은 백은서의 난감함을 알아차리고는 곧 한마디 했다. “오...” ‘오' 소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시선을 한 번 더 그녀에게로 돌렸다. 유소정은 들고 있던 보양 약재를 다시 내려놓더니 대범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난감해하는 걸 보니 침대에 오르는 것조차 안 됐나 보네요. 그렇다면 분위기를 돋우는 디퓨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유소정은 여러 가지 색, 여러 가지 향이 나지만 효과는 비슷한 디퓨저를 들고 물었다. “어떤 색과 향을 좋아하세요? 이 분위기를 조절하는 디퓨저는 효과가 매우 좋아요.” “내, 내 말은 그게 아니에요!” 주변의 이상한 시선을 느낀 백은서가 황급히 해명했다. “자중해서 그런 거지 정말 그런 건...” 디퓨저를 손에 든 유소정은 재미있다는 듯 되물었다. “자중한다는 사람이 시집도 안 가고 애부터 낳고 싶은 거예요? 혼전 임신은 결코 자중하는 것이 아니죠!” 유소정은 디퓨저를 도로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은서 씨, 당신이 원하는 분위기조절 디퓨저나 임신에 도움이 되는 약, 이런 게 저한텐 다 있긴 한데 지금은 팔 수 없어요, 어떡하죠?” “결혼하고 나서 다시 저를 찾아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얼마나 백은서 씨의 격을 떨어뜨리겠어요? 다른 소녀들에게 안 좋은 걸 가르쳐주는 게 되기도 하잖아요. 서울에서 가장 잘나가는 미인이 혼전임신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한 제목이 아닌가요?” 유소정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하고는 허리를 숙여 캠핑카에서 검은색 수채화 펜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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