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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유소정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몇 번이나 번호를 잘못 입력했는지 모른다. 몇 자리 안 되는 휴대전화 번호도 그렇게 길게 느껴 줄은 몰랐다. “뚝...” 전화벨이 울리자 유소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여민석, 네가 뭔데...” “유소정 씨.” 전화기 너머로 서욱의 차갑고 무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노로 차 넘치던 유소정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여민석은 지금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있는데 어떻게 그녀의 전화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유소정은 예쁜 손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하얗게 질린 손가락은 그녀가 지금 얼마나 화가 났는지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왜 내 카드를 정지시킨 거죠?” 유소정은 분노와 슬픔을 꾹 참고 카드를 정지한 일이 사소한 일인 듯 말했다. 서욱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차갑게 울려 퍼졌다. “유소정 씨, 이건 작은 교훈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잘 생각해 보시고 백은서 씨에게 사과하러 가시면 카드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유소정은 그의 말에 웃어버렸다. 무슨 근거로 그녀가 사죄해야 한단 말인가? 대단한 백은서를 내연녀로 만든 사람이 그녀란 말인가? 그 카드 안에 언제 그의 돈 한 푼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해명하고 싶은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유소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욱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인 것 같았다. 유소정은 여민석과 이혼하기로 했을 때 이미 여민석이 준 카드와 할아버지가 준 카드를 돌려줬다. 여민석의 이름으로 된 이 유일한 은행 카드도 결혼 1주년 때 비굴하게 간청해 받은 것이다. 목적은 두 사람의 이름을 더 가깝게 만들고 싶었고, 당시 그녀는 이 공동 카드만 있으면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 수 있었고, 비록 욕심 많은 아버지가 있지만,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좋은 여자라는 것을 알게 해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우스꽝스럽게 두 사람의 이름이 한 계좌에 있으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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