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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여민석의 손이 멈칫했다.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는 백은서가 고개를 들고 여민석을 바라봤다. "나한테 관심 있으니까 내가 악독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신경 쓰는 거 아니야. 아니면 내가 잘못을 남한테 떠넘기든 말든 너랑 뭔 상관이야?" 유소정을 말을 하면서 더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더욱이 백은서와 여민석이 변화되는 얼굴색을 보고 그녀의 기분은 한결 좋아졌다. "석아..." 백은서는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여민석은 유소정의 견제를 풀며 혐오스럽게 웃었다. "너를 관심하는 건 지나가는 개한테 관심을 주는 것보다 더 역겨워!" "그래? 그런데 당신의 정서는 지금 나를 따라가고 있는데."유소정은 장난스럽게 눈을 깜박이며 귀엽게 반문했다. "당신 진짜 자기 마음속에 원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기나 해?" 여민석의 분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혐오스럽게 유소정을 노려봤다. 그의 눈빛에 상처를 받은 유소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작업복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핑크색 작업복을 입고 검은색 머리를 높게 묶어 개란 모양의 작은 얼굴을 보이게 했다. 통통한 이마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지만 얼굴색은 여전히 약해보였다. 옷을 다 갈아입고 유소정은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갔다. 여민석은 그녀의 연약한 뒷모습을 보며 짜증이 난 가슴에 왠지 모르게 안쓰러움이 들어가 있었다. 백은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여민석을 바라보며 방금 소란을 일으킨 일에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소정이 계속 반항을 하지 않고 멍어리처럼 여민석의 굴욕을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전과 전화 다른 반응이 나올 줄이야. 문 밖에서. 유소정은 구정혁과 함께 프로그랩의 주요 방송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번 방송에 참가하는 어르신들 중 최고령은 95살인 장 할아버지였고 최소령은 85살이었다. 그리고 몇 일 전에 기타 요양원에서 이사온 나명우라고 제일 어린 분이며 65살이었다. 주요 출연자가 백은서라서 많은 일이 그녀가 직접 해야 했다. 유소정은 그저 옆에서 서브 역할을 하며 백은서의 특의함을 돋보이게 하면 된 것이다. 여민석은 카메라 뒤에 앉아 렌즈 속의 백은서를 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계속 유소정에게 끌리게 되었다. 유소정은 조용히 백은서 곁에 앉아 있다가 불편해 하는 어르신이 나타나면 그녀는 언제나 먼저 다가가 마사지 해 주고 부드럽게 말동무를 해 주었다. 낮은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보냈고 저녁무렵, 스탭들은 화영만화를 준비했다. 어르신들의 일상 루틴에 따라 만회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되었다. "유미오 씨, 일 그만 하고 나와서 같이 밥 먹고 노래해요!" 구정혁은 흥분하며 한약스프를 준비하고 있는 유소정을 밀었다. 주방에서 끌고 나가려는 시늉까지 했다. 유소정은 경계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요. 게다가 장 할아버지께서 곧 주무셔요. 이 스프를 마시면 편하게 잘 수 있어요." "괜찮아요. 얼마 걸리지도 않는 걸요" 구정혁은 유소정은 인파 속으로 밀었다. 백은서와 여민석은 서로 안기며 유소정이 나오는 것을 보자 백은서는 옆의 샴페인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소정 씨, 과일로 만든 술이라서 취하지 않아요. 한 번 마셔봐요." 유소정은 번뜩 오전에 옷을 갈아 입을 때 백은서가 언급했던 서프라이즈가 떠올랐다. 과일로 만든 술... 취할 수는 없지만 위험하기는 했다. "아니, 난 우유면 돼." 유소정은 웃으며 거절했다. 백은서는 어깨를 으쓱이며 여민석의 품에 안겨 진지하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 두 팔로 여민석을 끌어 안으며 가끔 고개를 돌아 유소정과 눈을 맞추기도 했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소정은 살짝 웃겼다. 그녀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우유를 컵에 따라 마셨다. 약간 단 맛이 났다. 유소정은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우유를 바라봤다. 오리지널 맛이 아니라 성분표에 여러가지 첨가 향료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의심이 사라졌다. "여신, 평소에 뭘 좋아해요?" 구정혁은 컵에 우유를 따라 한모금 마시며 물었다. 여민석에게 3년 동안 무시당한 유소정이 실제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유소정은 곁눈질로 여민석을 흘깃했다. 보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기의 눈빛을 통제할 수 없었다. 표면상으로 아무리 덤덤한 척 해도 마음은 여전히 그녀를 슬프게 만들었다. 구정혁은 유소정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고 그녀에 대하여 더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편집자가 찾아왔다. "구정혁 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편집에 관하여 논의할 점이 있어서요." "죄송해요, 잠깐 실례할게요." 구정혁은 미안한 듯 웃으며 편집자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 유소정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우유를 원샷하고 주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스프는 이미 3시간 째 끓이고 있었고 지금 쯤이면 딱 좋았다. 게다가 멧대추씨도 들어가 수면에도 도움이 되었다. 유소정이 스프를 들고 이미 잠에 든 95살 장 할아버지의 방에 왔을 때 65살의 나명우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방에는 향초가 있었고 그윽한 모기약 냄새가 방 안의 향기를 덮쳤다. 믹스 향료의 향기에 유소정은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크게 들이마시며 성분을 연구하려 했으나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장 할아버지, 나 할아버지. 주무시기 전에 이 스프를 먼저 마셔요. 수면에 좋아요, 밤에 깨는 찻수를 줄일 수 있어요." 유소정은 부드러운 어조로 웃으며 설명했다. 나명우는 빠르게 걸어와 장 할아버지에게 스프를 가져다 주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소정아, 넌 참 부지런하지. 말도 예쁘게 하고. 내 손녀가 너처럼 철이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그윽한 방 안의 향을 맡을수록 유소정은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온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며 하는 수 없이 간호사의 침대에 앉게 되었다. 장 할아버지는 스프를 몇 모금 마시고 손을 흔들면 불편해 하면서 누워 눈을 감았다. 나명우는 그릇을 두고 문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잠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유소정 곁에 앉았다. 가까이 다가오는 나명우를 보자 그녀는 빨리 일어나 의사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못하고 현기증 때문에 휘청거리며 즉시에 책상을 붙잡았다. 아니면 넘어졌을 것이다. "소정아, 괜찮은 거야?" 나명우는 크게 웃으며 손을 뻗어 부축하려 했다. 유소정은 그의 거칠고 더러운 손을 피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괜찮아요. 장 할아버지를 부탁할게요. 그럼 저는 이만..." "뭐가 그리 급하나, 우리 얘기나 좀 하자구나! 뭐 좀 알아야 기타 노인네들의 생활 습관도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나명우는 은밀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유소정은 휘청거리며 제대로 서지 못해 바닥에 쿵하고 넘어졌다. "쿵!" 유소정의 이마가 책상에 박았다. 아픔으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얼굴도 창백해졌다. "알고 있었지?" 나명우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그의 추악한 얼굴이 갑자기 눈 앞에 커지자 유소정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몸을 뒤로 하고 거리를 두었다. "백은서가 시킨 건가요?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유소정은 침착한 척하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식은땀에 온 몸이 젖었지만 그녀는 방심할 수 없었다. 나명우는 거만하게 유소정 앞에서 갔다왔다 하며 역겨운 미소를 지었다. "난 상관없어. 누가 네 말을 믿겠어?" 유소정은 바닥에 주저앉아 손톱에 힘을 주어 손바닥으로 파고 들었다. 절대 기절하면 안 됐다. "네가 알게 된 이상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나명우는 유소정의 가슴을 향해 한 발 차고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넌 네 아이가 같이 죽었어야 했어. 넌 왜 아직 살아있는 거야?" "죽기 싫으면 인간 지옥이 어떤 것인지 한 번 느껴봐!" 소름돋는 목소리가 끝나기 바쁘게 나명우는 회초리를 꺼내 있는 힘껏 유소정의 몸을 향해 휘둘렀다. 평소라면 이 정도의 스피드는 피할 수 있었으나 약효 때문에 그녀는 움직일 수도 없었고 자신을 구할 수도 없었다. "파! 파! 파!" 나명우는 연속 3대 때렸다. 유소정의 피부가 찢어지며 피가 났다. 아픔으로 인해 그녀는 약간 정신이 들었다. 유소정은 휘청거리며 장 할아버지의 침대 뒤에 숨자 나명우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이 영감이 너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곧... 지옥으로 추락할 거야!" 나명우는 큰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는 피에 젖은 유소정을 잡고 부드럽게 다루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명우는 그녀의 피를 장 할아버지의 몸에 바르며 원래 자고 있던 장 하라아버지가 갑자기 경란이 생기기 시작하고 깨어났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흐려진 시선으로 손을 뻗어 마치 구원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 할아버지는 아무런 반응도 없어졌다. 이 장면을 목격한 유소정은 깜짝 놀랐다. 지금 장 할아버지의 죽음을 그녀에게 넘기려는 것인가? "봤어?" 나명우의 음산한 목소리가 조용한 방에서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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