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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그럴리가요? 유정 씨는 줄곧 나라를 사랑하고 법과 도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이에요. 검사 잘못 하신 거 아니에요?" 백은서는 착한 척 나와 유소정을 위해 변명했다. 여민석은 백은서의 얇은 어깨를 안고 코웃음을 쳤다. "은서야, 넌 사람 보는 눈이 참 없어." 유소정은 여민석의 냉소한 두 눈을 보며 가슴이 터질 듯 아파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여민석의 눈에 그녀는 그렇게 하찮은 존재인가? 인간적인 미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내가 미오 씨랑 같이 가줄테니까 너희들은 계속 프로세스 체크하고 있어." 구정혁은 여민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고개를 흔들었다. "구정혁 씨, 유소정 씨만 호출했습니다. 진실 여부를 확인하고 사실이 밝혀지면 유소정 씨를 풀어줄 겁니다." 별도로 심문하겠다는 뜻이었따. "아니, 왜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는 거죠?" 구정혁은 급해났다. 자기의 여신이 어떻게 불법행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유소정은 구정혁의 손을 잡았다. 분명 더운 날씨인데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구정혁은 걱정스레 그녀를 바라봤지만 상대방은 위로의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이분들도 누군가가 우리 외부 사람들의 손을 빌려 어르신들께 해를 끼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똑똑히 조사할 필요가 있지요." "하지만..." "그럼 계속들 하세요. 저는 먼저 조사를 마치고 올게요." 유소정은 구정혁의 말을 끊고 뒤돌아 나갔다. 하지만 줄곧 곁눈질로 여민석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는 유소정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여 백은서와 담소하고만 있었다. 유소정이 나가자 백은서의 눈 밑에는 이상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계속 여민석을 대응했다. "징그럽지도 않나?" 구정혁은 짜증난 시선으로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말투도 날카로워졌다. "계속 느끼하게 이럴것이면 방에 들어가. 내가 다 쪽팔리니까." 백은서는 얼굴이 창백해져, 힘없이 여민석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 "구정혁." 여민석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협박했다. 구정혁은 거만하게 코웃음을 치며 가기 전에 노려보기까지 했다. "흥! 바보! 나중에 울면서 오늘 한 짓을 후회하지나 말라." 여민석은 차갑게 웃었다. 후회? 유소정한테? 전 세계 여자들이 다 사라져서 유소정만 남았다 하더라도 여민석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석아, 녹화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데 우리 소정 씨 도와주러가자. 응?" 백은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왔다. 여민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만족스럽지 않는 듯 말했다. "은서, 넌 너무 착해서 문제야." "의사 선생님들의 마음은 다 그런 거잖아. 게다가 나랑 소정 씨는 같이 들어왔는데 서로 보살펴 줘야지." 백은서는 애교를 부리며 여민석의 품에 안겼다. 근처에서 기계를 다루고 있던 스탭들은 빛이 나는 두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터넷 뉴스로만 보던 사람이 현실에 나타나 이렇게 꿀 떨어지게 사랑을 표현할 줄이야. 훌륭한 비주얼에 그냥 서 있어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게다가 백은서는 의학 천재라니. 여민석은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백은서를 따라 유소정을 찾으러 갔다. "유소정이 가져온 금지품이 무엇입니까?" 여민석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문 앞의 경보원이 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자마자 요양원 매니저가 나와서 이유를 설명했다. "여민석 대표님, 유소정 씨가 가져온 것은 개인적으로 연구한 한약 연고인데, 제작 허가 증며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록 개인적인 요양원이지만 여기에 있는 모든 손님이 귀한 출신이라 잘못된 음식을 먹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우리도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유소정 씨의 가방 안에는 방지 도구, 야구 방망이도 있습니다. 이들은 위험한 물건에 속합니다. 우리 요양원은 하루 24시간 경호원이 순찰하고 있으므로 전혀 필요없는 물건들입니다. 만약에 실수로 어르신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우리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매니저의 말이 길어질수록 유소정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그녀는 두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손톱 모양이 유소정의 하얀 소가락에 그려졌지만 그녀는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담보할 수 있을까요? 소정 씨는 처음으로 리얼리티 방송을 촬영하고 처음으로 요양원에 온 것이라 이런 규칙을 몰라요..." 백은서가 열정적으로 물었다. 매니저는 어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물건을 다시는 들고오지 않겠다는 보증을 내 놓고 서명까지 해야 가능합니다." "석아, 소정 씨 도와줘. 응?" 백은서는 뒤로 돌아 여민석의 허리를 잡고 불쌍한 척 바라봤다. 멀리 서 있는 몇 명의 보디가드들은 다 멍하니 바라보았다. 백은서는 얼굴이 예쁠 뿐만 아니라 의학 방면에도 천부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서울시의 재벌집 아가씨라니, 모든 방면이 완벽한데다가 착하기까지! 여민석과 함께 서 있는데 마치 눈부신 그림처럼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여민석은 차가운 시선으로 유소정을 흘깃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는 파일을 훑었다. 만약 유소정이 촬영하는 기간동안 요양원의 어르신들에게 해를 끼친다면 여민석이 대부분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여민석은 머뭇거리며 사인을 하지 않았다. 그때 백은서가 착한 척 말했다. "아니면 내가 할까? 내가 소정 씨 인성을 보장할 수 있어." "아니야. 유소정은 네 이름과 같은 종이에 나타날 자격이 없어." 여민석은 말한 후 크게 자기의 이름을 적었다. 유소정은 메추리처럼 의자에 쭈그려 앉았다. 글자 하나하나가 그녀의 심장을 찌르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분명 은바늘 세트만 가져왔는데 몇 명의 경비원은 백은서의 캐리어도 그녀의 것이라고 우기며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보안실에 가두었다. 오기 전에 구정혁은 이미 금지품에 대하여 알려주었다. 유소정 역시 알면서도 그 물건들을 가져올만한 바보가 아니었다. "왜, 에스코트까지 해 줘야해?" 여민석은 서명 펜을 내려놓고 무심하게 눈을 돌려 유소정을 바라봤다. 유소정은 마치 누군가가 칼로 가슴을 찌르는 듯 아프게 찢겨져 숨이 쉬어지지 않고 휘청거리며 일어나 나갔다. 이 사건을 거치고, 백은서와 유소정은 함께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이 서프라이즈 마음에 들어요?" 방 안에는 카메라와 외부인도 없었다. 백은서의 완벽한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유소정은 요양원에서 통일로 주는 작업복을 들고 있는 손이 떨렸다. 백은서를 바라보는 예쁜 눈에는 아무런 감정기복도 없었다. 백은서의 팔이 여기까지 닿는단 말인가? 아니면...이 모든 것을 뒷바침해준 건 여민석이란 말인가? 백은서는 작업복을 갈아입고 유소정이 아직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서프라이즈 하나 더 있어요. 분명 마음에 들어할 거예요. 소정 씨, 나중에 제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지 마요!" 유소정은 불안해하며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뭐하려는 거야? 네 데뷔 방송을 망치려는 작정이야?" "그럴리가요? 파괴당하고 의문인으로 추청되는 사람은 당신이에요." 백은서는 도도한 척 코웃음을 쳤다. 유소정은 어두운 얼굴로 백은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백은서, 타겟을 잘못 찾았어. 너랑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계속 이렇게 나를 겨냥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유소정의 말은 정확히 백은서의 아픈 점을 콕 찔렀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점점 흥분해갔다. 여민석한테 몇 번이나도 말했던 것이다. 유소정을 마음에 들어하는 여씨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이런 더러운 방법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백은서, 서울 재벌집 아가씨에 의학 천재라는 타이틀까지. 평범한 인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얻기 어려운 명예가 한 몸에 누리고 있는데 계속 이런 더럽고 역겨운 수단으로 망칠 셈인가?" 유소정의 밝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백은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쓰레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보배라고 생각하지마. 그리고 네가 말한 서프라이즈 말이야. 실수 없이 완벽하게 진행되길 바래... 아니면..." 유소정은 목소리를 낮추며 옷을 갈아입으러 걸어가면 백은서와 스쳐지나갔다. "결국 제 발등을 제가 찍게 될 거야."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지만 백은서는 마냥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가 그녀의 목숨을 노린 것처럼 느껴졌다. 백은서는 곁눈질로 문 앞에 나타난 검은색 구두를 봤다. 갑자기 그녀는 "쿵"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면서 눈시울이 빨개지면 억울한 척 울면서 사과했다. "미안해요, 소정 씨..." 유소정이 말하려는 순간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여민석을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여민석에게 있어 그녀의 모든 설명은 모두 궤변일테니. "유소정!" 여민석은 화가 나서 들어왔다. 한 손으로 유소정의 옷깃을 들고 질책했다. "네가 이렇게 악독한 줄 몰랐네? 넌 언제나 자기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더라." 옷깃에 당겨 유소정의 까치발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목이 조이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유소정은 강제로 여민석과 눈을 맞추며 갑자기 그녀는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여민석, 어서 백은서를 일으키지 않고 지금 나랑 싸우고 있는데... 너 나한테 관심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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