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장
거대한 사무실 안, 여민석의 시선이 유소정이 방금 앉았던 자리로 향하더니 두 눈에 냉기가 서렸다.
감히 이대로 갔다면 후회라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줄 심산이었다.
5분 뒤, 서욱이 입술을 깨물며 들어왔다.
“대표님, 유소정 씨는 이미 떠나셨습니다.”
“유금산은?”
여민석이 차갑게 물었다.
“아직 아래에 있습니다.”
여민석은 별안간 고개를 들어 물었다.
“유소정은 뭐 하러 간 건데?”
“병원에 가셨습니다. 성경진의 수술이 곧 끝이라 주현준이 유소정 씨에게 전화로 오라고 했습니다.”
서욱은 사실대로 보고했다.
여민석은 냉소를 흘렸다. 또 주현준이었다. 보아하니 유소정의 마음속에는 공부가 자신보다 더 중요한 듯싶었다.
우스운 것은 이전까지 그는 유소정은 자신에게 빠져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여자는 마음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저 그의 가문이 여씨 가문으로부터 얻게 될 이득을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유금산에게 무슨 일 있으면 유소정에게 말하라고 해. 유소정이 전해줄 테니까.”
여민석은 계약서를 볼 기분도 아니라 곧장 계약서를 테이블에 내던진 뒤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로 향했다.
서욱은 오늘따라 조금 이상한 여민석에 의아했지만 이내 등을 돌려 유금산을 찾아갔다.
하지만 여민석을 만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유금산도 포기하는 대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방해가 되었군요. 이건 제 친구가 산 귀한 술인데, 대표님더러 집으로 가져가 어르신께 시음해 보시라고 전해주세요.”
유금산은 산 선물들을 전부 서욱에게 건네주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났다.
서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 싸구려 선물들을 쳐다봤다. 순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끝내는 전부 창고에 집어넣었다.
연신 굽신거리며 LS를 나온 유금산은 차에 앉자마자 굳은 얼굴로 유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창 병원으로 향하던 유소정은 휴대폰으로 주현준과 이야기를 나누다 아버지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는 순간 얼어붙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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