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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차는 별장 앞에 안전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는 우산을 들고 품에 기댄 여자를 감싸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대문이 열리더니 가정부가 마중 나와 그의 손에 있는 큰 우산을 받았다. 송수아는 멈칫하더니 낯익은 그 사람이 아님을 확인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린 채 결국 벗은 외투를 가정부에게 건네지 않고 한쪽 팔에 걸쳤다. “그 사람은요?” “대표님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송수아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비로소 오늘 원래 박시원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려고 했다가 도중에 허민준의 전화를 받고 공항으로 갔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는 창밖을 힐끗 보았다. 어둠이 깔린 하늘 아래로 차가운 바람이 빗방울과 함께 불어쳤다. 제대로 닫지 않은 창문으로 빗물이 들어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송수아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미안했다. ‘박시원이 화낼까?’ 그러나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녀는 빠르게 부인했다. 박시원이 화를 내는 건 아마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는 항상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고 말을 할 때도 조용히 속삭이며 다른 사람과 따지지도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종종 술에 취해 허민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늘 못 들은 듯 평소처럼 해장국을 끓여 주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런 사소한 일로 화를 낼 수 있겠는가? 가정부는 송수아의 얼굴에 걱정이 떠오른 것을 보고 머뭇머뭇 입을 열어 물었다. “아가씨, 대표님에게 전화할 까요?” 송수아는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아니에요, 돌아올 거예요. 돌아오면 서재로 오라고 해주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옆에 있는 허민준을 향해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 사람 방에서 자.” 허민준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의아하게 말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어쨌든 그곳은 박시원 씨 방이잖아...”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개의치 않을 거야.” 한편. 택시에서 내린 박시원은 음식과 바꾼 우산을 썼다. 빗물은 우산 주위로 흘러내려 우산 막을 이룬 듯 세상과 완전히 격리하는 것 같았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에 박시원은 몸에 걸친 외투를 단단히 감싸고 나서 먼저 잠시 머물 곳을 찾기로 했다. 여러 집을 둘러 본 후, 그는 이 임강 오피스텔이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집주인과 반년 계약을 체결했다. 문이 닫자마자 그가 가지고 있는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는데 발신 번호를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결국 손끝으로 화면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박시원 씨, 안녕하세요. 저는 허민준입니다. 저와 수아의 일로 박시원 씨가 화가 나서 사이가 틀어지고 늦도록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걱정되고 죄송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어요. 저와 수아 사이의 일에 대해 박시원 씨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귀었던 건 맞지만 그건 과거이고 이제 우리는 친구일 뿐이에요. 전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저 때문에 사이가 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가능하다면 수아에게 전화 좀 해줄 수 있을까요? 수아가 박시원 씨를 걱정하고 있거든요.” 박시원은 속으로만 우습다고 생각했다. 송씨 가문은 가업이 크니 송수아가 정말 그를 걱정했다면 진작에 전화하거나 사람을 보내 그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집을 나간 후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은 뜻밖에도 허민준이었다. 그는 더는 상대방의 수다를 듣고 싶지 않아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어두워진 휴대폰을 보며 허민준은 이를 깨물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 때마다 상대방은 끊었지만 계속해서 박시원이 받을 때까지 걸었다. 결국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침묵이 흘르다가 한참 후에 갑자기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수아의 말처럼 이성적이고 대범한 건 아닌 것 같네요. 잘 참는 줄 알았는데 결혼한 지 5년 된 지금 반항한다는 게 고작 그런 것인가요?” 허민준은 자신의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박시원, 집을 나가는 방법은 아무것도 아니야. 자리를 양보하려는 거면 수아에게 보상금을 조금 더 주라고 할게.” 마침내 박시원이 입을 열었지만 아주 낮은 소리였다. “좋아.” 너무 시원하게 들려온 대답에 허민준은 깜짝 놀랐다. “뭐?” 전화로 박시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민준 씨, 보상금을 좀 더 챙겨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면 내일 오전 카페에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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