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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박시원은 떠날 때부터 송수아가 정말 그를 찾는다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해외에 있던 그가 문을 열고 계단 아래 여자를 보았을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 송씨 가문 신랑이 바뀌었다는 뉴스도 봤었다. 영상 속 여자는 여전히 냉정했는데 그녀는 허민준에게 하객들을 등지고 서 있게 하고 자신의 몸이 아프다고 냉정하게 말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었다. 역시 그녀는 조금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차에 기대어 서 있는 여인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다. “왜 왔어?” 눈앞의 남자는 회색 양복 차림으로 보기 드물게 정색해서 물었는데 별장에서 한껏 멋을 부리던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순간 그녀는 박시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고집부렸으니 이제 집에 가야지.” 말투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송수아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 “할아버지께서 요즘 네 얘기를 많이 하셔. 다들 우리 아이를 기대하고 있어.” ‘고집?’ 이혼까지 했는데 그녀는 그가 여전히 고집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시원은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고 조용히 사실을 말했다. “송수아 씨, 우린 이미 이혼했어. 난 널 원하지 않아.”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입 밖으로 나오자 송수아는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이혼? 사인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혼해?” 말을 마친 송수아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여기서 너랑 시간 끌 수 없어. 당장 나랑 돌아가자. 우리 아이에게 아빠가 없기를 바라는 건 아니잖아?” 박시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송수아, 못 믿겠으면 지금 신혼집에 가서 확인해 봐. 이혼 합의서는 침대 작은 탁자에 넣어둬 뒀어. 네 서명도 있어.” 송수아는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굳어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박시원, 여기서 농담할 시간 없어.” 그는 여전히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눈에는 농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녀의 덤덤하던 두 눈에 빠르게 한 가닥 당황스러움이 떠올랐지만 여전히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혼 합의서에 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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