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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문을 닫은 후 그녀는 아래층의 시끄러운 소리가 귀찮아 귀마개를 꼈다. 이왕 돌아가서 결혼하기로 한 이상 이곳의 직장도 관둬야 한다. 다만 동료들에게 번거로움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수중의 업무를 일단 전부 완성해야 한다. 송서윤은 통유리창 앞에 앉아 홀로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창밖에 해가 지고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송서윤은 귀마개를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한참 바삐 돌아쳤더니 그녀는 마침내 모든 작업을 마쳤다. 그 시각 아래층은 어느덧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이때 그녀의 휴대폰에 서지아의 톡이 하나 떴다. [왜 내 인스타그램에 ‘좋아요’ 안 눌렀어?] 다만 보낸 지 1분도 안 돼 또 새로운 톡이 도착했다. [미안해, 언니. 방금 실수로 잘못 보냈어. 화내지 마.] 이에 송서윤은 대체 인스타에 뭘 올렸다고 이러는지 궁금해서 한 번 열어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9장으로 묶은 사진이었는데 죄다 육지완과 김인우한테서 받은 선물들이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핑크색 드레스가 펼쳐지자 마치 핑크빛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 육지완은 또 그 드레스에 깔 맞춤하라고 크리스털 다이아몬드 슈즈까지 주문 제작해주었는데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마냥 눈부시고 럭셔리할 따름이었다. 뒤에 있는 빨간색 스포츠카는 김인우가 선물한 게 뻔했다. 세 사람의 단체 사진도 있었는데 서지아가 두 남자 사이에서 나란히 팔짱을 끼고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은 나도 한번 공주 놀이 해봤네요.] 송서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지아가 지금 일부러 그녀를 약 올리려고 이런 피드를 올렸다는 것을. 이전의 그녀였다면 확실히 서지아의 꼼수에 넘어가 버럭 화냈을 것이다. 육지완과 김인우를 고작 한 달밖에 알지 못한 서지아에게 빼앗겼다고 대놓고 씩씩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 이런 것들에 연연할 그녀가 아니다. 송서윤은 결국 아무렇지 않은 듯 서지아의 피드에 ‘좋아요’를 눌렀다. 오늘부로 육지완, 김인우와는 오직 보통의 친구 사이로 지낼 것이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일은 서지아의 몫으로 돌리면 그뿐이다. 다음날 송서윤은 곧장 회사로 나가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또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전부 정리했다. 셋은 20년 지기이다 보니 함께 찍은 사진도 무려 사진첩으로 열몇 개나 되었다. 그 사진첩들을 펼쳐보니 어릴 때 육지완과 김인우가 그녀와 함께 소꿉장난하던 모습들, 중학교 때 셋이 나란히 상 받은 것들, 대학교 때 셋이 함께 여행 간 것들까지 추억으로 가득 찼다. 송서윤은 한 장씩 펼치면서 마냥 감회가 새로웠다. 다만 이젠 이 모든 게 부질없는 것들로 변해버렸다. 그녀는 한 장씩 불에 태워 휴지통에 버렸고 결국 휴지통만 작은 모닥불을 피우게 됐다. 불씨가 사진들을 서서히 태워가고 나중엔 결국 잿더미로 변했다. 이때 마침 집에 돌아온 육지완과 김인우는 이 광경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녀가 뭘 하는지 알아챈 후에야 육지완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야, 송서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송서윤은 그를 힐긋 바라보다가 차분하게 답했다. “뭐하긴, 사진들이 곰팡이가 껴서 다 태워버리는 거지.” 김인우가 얼른 남은 사진첩을 뺏어가려 했지만 송서윤이 일부러 싹 다 불구덩이에 던져버렸다. 불길은 점점 더 거세졌고 두 남자도 더는 수습할 길이 없었다. 김인우는 여전히 덜 타버린 사진을 빼내려고 손을 내밀었으나 너무 뜨거운 바람에 냉큼 손을 거둬들였다. “곰팡이가 꼈다고 다 태워버릴 필요는 없잖아. 이게 다 추억인데, 왜 그러는 거야 진짜!!” 그는 속상하고 초조한 마음에 눈시울이 빨개졌다. 육지완도 안쓰러운 눈길로 활활 타오르는 불씨를 쳐다볼 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김인우의 말을 들은 송서윤이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여태껏 그녀가 이렇게 떡하니 옆에 서 있었는데 둘은 항상 서지아를 위해서 몇 번이고 그녀의 심장에 난도질해댔으니 말이다. 지금 고작 한 무더기 사진을 태웠을 뿐인데 이토록 속상해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 송서윤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가 집에 돌아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두 남자는 과연 무슨 반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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