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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박시언의 말에 서찬미는 흐느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박시언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저, 정말 박씨 집에서 지내면서 상처를 치료해도 돼요?” 박시언은 서찬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좀 이따 이 비서한테 기숙사에 가서 너의 물건 정리하라고 할게. 몸조리하는 동안은 학교에 있어도 불편할 텐데 집에 있어.” 서찬미는 박시언의 품에 안긴 채 코를 훌쩍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박 대표님, 고마워요...” 옆에 있던 이 비서는 이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서찬미가 연기하는 것을 한눈에 알아챘지만 박시언은 어디가 잘못됐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 밤 신다정은 박씨 저택에 있던 자기 물건들을 모두 내왔다. 저녁 무렵 박시언은 다친 서찬미를 부축해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휑한 느낌이 들었고 집안은 왠지 썰렁했다. 이를 본 박시언의 마음은 씁쓸했다. 이때 서찬미가 물었다. “박 대표님, 저 어디에 묵을까요?” “위층에 게스트 룸이 있어.” 서찬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저, 저 다리가 아파서 혼자 못 올라가겠어요.” “부축해 줄게.” 부드러운 박시언의 말투에 서찬미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교통사고가 위험했고 뜻밖에 얼굴까지 다쳤다고는 하지만 박시언이 신다정에게 화를 내고 자신을 살뜰히 챙기는 것을 보니 보람이 느껴졌다.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안방을 본 서찬미가 말했다. “이 방이 안방이에요?” 평소 신다정이 여기에서 잠을 잤다. 박시언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찬미가 말했다. “그럼 박 대표님과 가까운 곳에 지내도 돼요? 밤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면 불편할까 봐서요.” “그래.” 서찬미의 요구가 과하지 않으면 박시언은 거절하지 않았다. 서찬미는 다시 한번 안방을 쳐다보았다. 눈에는 탐욕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그녀는 이곳에 들어와 박씨 집안의 진정한 안주인이 될 것이다. … 다음 날, 금성 그룹 분양이 시작되었다. 박시언이 소란을 피웠다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졌다. 신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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