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장
박시언은 어릴때부터 최정애 손에 커왔던 터라 경계심 같은게 없었지만 신다정은 최정애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었다.
전생에 최정애는 두 사람의 합방을 위해 와인에 약을 탔었고 심지어는 신다정에게 귀띔 한 번 해주지 않았었다.
그게 방금 전 신다정이 일부러 와인잔에 입을 대지 않은 이유다.
“내가 너무 의심이 많았던 건가?”
별다른 의심스러운 구석이 보이지 않자 신다정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날 밤, 침대에서 뒤척이던 신다정의 귀에 어렴풋이 인기척이 들려왔다.
박시언이 집에 자주 상주하고 있은 뒤로도 두 사람은 각방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주방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층계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을땐 박시언이 헐렁한 샤워가운 하나를 걸치고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박시언?”
신다정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는 박시언이 보인다.
“왜 나왔어?”
박시언의 목소리는 반쯤 잠겨 쉬어있었다.
“올라가 당장!”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보니 박시언은 불길하게도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당했구나!
“괘, 괜찮아?”
신다정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2층 계단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고 있는다.
박시언이 겨우겨우 들끓는 마음을 억제시키며 힘겹게 한 마디 내뱉었다.
“괜찮으니까 방으로 꺼지라고!”
그 말에 신다정은 부리나케 방으로 뛰어올라갔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상황에 박시언을 건들면 안 된다는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쨍그랑!
이때, 아래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귀청을 울려댔다.
깜짝 놀라 달려내려가니 박시언이 다리에 힘이 풀린듯 땅에 주저앉아있다.
“박시언!”
유리 조각으로 범벅이 된 바닥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 박시언의 볼에 손을 대보니 벌써 그의 얼굴은 데일듯이 뜨거워져 있었다.
바로 그때, 박시언이 신다정의 손목을 탁 잡는다.
아! 다시 나오는게 아니었는데!
박시언은 가냘픈 신다정의 손목을 잡더니 갈증이 해소되기라도 한듯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네가 원하는거야?”
박시언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있는 신다정을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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