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박시언의 말에 서찬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련한 모습으로 박시언의 옆에 서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지난 생과 똑같은 박시언의 차가운 눈빛에 신다정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고맙다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보아하니 박시언은 그녀에게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난 피곤하니까 두 사람이 알아서 해.”
신다정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밤 손해찬이 그녀를 쉽게 납치할 수 있었듯이 다른 사람도 그녀를 쉽게 납치할 수 있다.
그러니 언제까지나 박시언에게 기대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외출하려고 아래층에 내려왔는데 박시언의 할머니인 최정애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서찬미가 눈시울을 붉힌 채 서 있었다.
“할머니?”
신다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 거의 오지 않던 최정애가 갑자기 왜 온 걸까?
“시언이 한테서 들으니 2조를 주고 땅을 샀다지?”
최정애는 약간 언짢은 듯이 물었다.
신다정은 계단을 내려와 최정애 맞은편에 앉아 차를 따르며 말했다.
“네, 맞아요, 할머니.”
“어젯밤에는 원수에게 납치까지 당했다고?”
“... 네.”
신다정은 눈을 깔고 말했다.
“우린 평범한 가정이 아니야. 결혼 후에 사업은 남자들이 할 일이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갖는 일이라는 걸 몰라서 그러는 거야? 빨리 아이를 가져야 이것저것 들러붙지 않지.”
최정애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옆에 서 있는 서찬미를 힐끔 보았고 신다정도 서찬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역시, 서찬미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어르신, 저는 단지...”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최정애는 서찬미를 향해 싸늘한 눈총을 쏘았고 서찬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시언이 안목이 하루가 다르게 형편 없어지는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개나 소나 다 들이는 거야!”
서찬미에 대한 최정애의 태도를 보니 신다정은 문뜩 지난 생이 떠올랐다.
지난 생에 최정애는 뭐든지 신다정의 편을 들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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