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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장 영귀들을 달래다

아니, 진희원을 바라보고 있다기보다는 진희원을 통해 그들이 바라온 미래를 보고 있었다. 세상을 위해 결심하고,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선현들을 위해 학문을 이어가고, 오랜 평화를 위해 분투하는 것. 새로운 한국이 오기 전까지 그녀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박서연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들을 잊었다는 생각에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향상심 없고 자립심 없는 그들의 모습에 실망스러웠다. ‘미래에도 이럴까? 여전히 괴롭힘 받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 박서연은 괴로웠다. 그러나 진희원을 본 순간, 박서연은 미래의 청년들이 아주 훌륭하다는 걸 깨달았다. 미래의 청년들은 지금의 그들보다 문화 소양도 높고 능력도 좋았으며 아는 것도 그들보다 많았다. 심지어 한국에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먹고 사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다들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박서연은 웃을 때 얼굴에 옅은 보조개가 생겼다. 미래는 참으로 좋았다. 진희원은 그녀의 눈빛을 읽었다. 박서연이 떠나기 전, 진희원은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은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고 항복을 선언했어요. 앞으로 5년 남았네요. 지금은 1940년 하반기니까 우리는 이번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둘 거예요. 아마 10일 정도 걸릴 것 같네요.” “5년이 남았다고요...” 박서연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정현을 바라보았다. “우리 정현이는 그때를 기다릴 수 있겠어요. 그때가 되면 정현이도 학생들처럼 깨끗한 옷을 입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겠네요.” 진희원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럴 거예요.” “그러면 저도 여한이 없겠네요.” 박서연은 멋지게 돌아섰다. 밖의 폭격 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이번에 나가면 돌아올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들 망설임 없이 떠났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신앙이 있었다. 박서연이 떠난 뒤 지하 휴게실은 훨씬 조용해졌다. 이경수는 이런 머쓱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게 싫었다. 동시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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