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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장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학생은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이경수, 잊은 거면 잊은 거지. 쓸데없는 말은 왜 해?” 이경수는 뒤늦게 반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적합하지 않았기에 그는 빠르게 말을 고쳤다. “이겼죠. 틀림없이 이겼어요. 게다가 아주 멋지게 이겼어요.” “맞아요. 일본이 먼저 항복했어요. 전 그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여학생은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 말에 그들을 돌보던 여군은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정말이에요? 일본에서 먼저 항복했다고요? 지금은 1940년인데 올해 항복할까요?” “그렇겠죠?” 그들은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게 후회됐다. 정말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기모노를 입은 여학생은 조금 인상이 있는 듯했다. “올해는 절대 아니에요. 언제였는지 생각해 볼게요.” 여군의 눈빛에서 보이던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보다 못한 정현은 안으로 들어가서 다소 거친 어투로 말했다. “어떻게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죠? 이게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요? 전, 전!” 정현은 눈시울이 빨개졌다. 여군은 그를 토닥였다. “사람 난처하게 하지 마.” “참모장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은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라 뭐든 안다고요. 그런데 왜 저 사람들은 모르는 거죠?” 그 말을 들은 다른 남학생은 조금 화가 났다. “우리가 그런 걸 기억해서 뭐 해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왜 자꾸 사람 불편하게 그런 얘기를 꺼내는 거죠?” “졸업 준비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 옛날 일까지 우리가 다 알고 있어야 하나요?” “참나, 지금은 평화의 시대라고요. 정말 감 떨어지는 사람이네.” 정현은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입대한 대부분의 군인은 시골 출신이었고 군인들에게 구해진 고아도 종종 있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군복을 입을 수 있길 열정적으로, 또 진심으로 바랐다. “뭐라고요?” 정현이 물었다. 남학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제발 날 좀 돌려보내 줬으면 좋겠네요. 당신들이랑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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