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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진희원을 알아보다

진희원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병상 위에 누워있던 진상철은 어느새 깨어났다. 그의 두 눈은 연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평온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건 오랫동안 거친 사업 생활을 하면서 단련해온 것으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분위기만 놓고 보면 김성한 열 명을 합쳐도 눈앞의 이 어르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비록 그가 아직 완쾌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은 조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진상철 말고도 어제 그 외모가 화려한 환자도 있었다. 그는 늘씬한 다리를 꼬고 병상 옆에 앉아 있었는데 정장을 입지 않은 그의 모습은 여전히 아주 멋있었다. 무릎 위에 놓인 손은 늘씬하고 새하얄 뿐만 아니라 뼈마디도 선명했다. 그는 진상철과 함께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진희원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진희원은 먼저 예의 바르게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손에 들고있던 검은 가방을 내려놓고 진상철 앞으로 걸어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명의 은인이라니요, 너무 과분한 호칭입니다. 진료를 보는 건 한의사로서 아주 당연한 겁니다.” 진상철은 진희원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갑자기 바둑을 두려던 손을 멈칫했다. ‘우리 아내의 젊은 시절과 아주 비슷해.’ 만약 그가 창업하느라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의 아내가 경주를 떠나 프랑스로 이민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진상철은 진희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잠깐, 이렇게 닮았는데 우리 가문의 일곱 째일 가능성은 없는 건가?’ 진상철은 잔뜩 흥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불쑥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 고향은 서울인가요? 혹시 경주에 가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한라산에 오른 적이 있다던지…” 말을 하면서, 진상철은 손에 들고 있던 바둑알을 꾹 움켜쥐었다. 마치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듯했다. 예리한 통찰력에 윤성훈은 그의 말에 덩달아 동작을 멈추고 진희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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