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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장 날 용서해 줘

윤성훈은 그 자리에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진희원이 천천히 윤성훈 앞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여태껏 알고 지내면서 난 성훈 씨가 진씨 가문 사람인 줄 알았어요. 다시 생각해 보면 이상하거든요. 오빠가 성훈 씨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도 이상하고 박씨 할아버지가 직접 성훈 씨를 데리고 병원에 왔다는 건... 진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 윤씨 가문 사람이라도 가능한 일이었어요.” 진희원은 윤성훈의 손목을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성훈 씨 손목에 있는 안심 손목걸이가 익숙하다고 느낀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진희원한테 기댄 윤성훈은 가볍게 기침하고는 창백한 얼굴로 대답했다. “끝까지 속을 줄 알고는 방심했어요. 미안해요.” 안경을 쓰지 않아서 그대로 드러난 윤성훈의 얼굴은 어딘가 고귀하면서도 귀여워 보였다. 바람이 불자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결국 들켰네요.” “윤성훈 씨.” 윤성훈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나의 약혼녀.” 진희원은 윤성훈을 빤히 쳐다보더니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 “성훈 씨 얼굴로 날 유혹하지 말아요. 성훈 씨는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고 되레 자신을 숨겼어요.” 진희원의 말에 윤성훈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날이 언젠가는 오게 될 줄 알았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진희원은 의사였고 윤성훈은 환자였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숨겨왔던 것이다. 윤성훈은 기침을 짓고는 진희원의 목수건을 정리해 주며 천천히 말했다. “정체를 숨긴 건 맞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희원 씨가 저를 떠날까 봐 그랬어요.” 진희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성훈 씨를 떠난다고요?” “윤씨 가문을 싫어했잖아요.” 윤성훈은 진희원을 지그시 쳐다보고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저... 저를 유독 싫어했잖아요.” 진희원은 갑자기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윤성훈이 진희원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씁쓸하게 웃었다. “저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잘 알아요.” 진희원은 눈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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