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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아가씨, 제가 드디어 찾았어요!

“아가씨! 아가씨! 제가 드디어 아가씨를 찾았어요!” 어찌나 반가웠는지 불룩하게 나온 배까지 출렁거렸다. 진희원이 뒤돌아보니 웬 남자가 멀끔히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비즈니스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 지인 중에 저런 사람은 없는데.’ 진희원이 가방을 들며 청순한 눈매로 말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사람 잘못 봤다…” 실망한 이호철이 진희원의 말을 되뇌고 있었다. ‘얼굴이며 분위기며, 딱 봐도 내가 찾던 그 사람인데. 내가 잘못 봤나? 하긴 청주시에서 보내온 자료 중에 의학을 전공했단 사실이 없긴 했어. 이 아가씨는 딱 봐도 명의이신데 다영 아가씨일 리가 없지. 김 씨 가문에서도 미리 알려준 것도 없었고.’ 자기가 찾는 그 사람의 뒷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었기에 잠시 헷갈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해가 풀리자 진희원은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자 이호철이 다시 한번 그녀를 막아섰다. “그, 그럼 아가씨가 저랑 같이 병원에 가주시면 안 될까요?” 진희원은 이호철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그에게 계속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호철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진 씨 가문이 아닌 다른 말로 핑계를 둘러댔다. “저희 회장님이 시골에 갔다 온 후부터 이상하게 열이 오르더니 지금 하루 종일 그 상태세요. 항생제도 맞고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는데 체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요. 저희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병원에 계시면 아마 저보다 더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계실 텐데요. 곧 쾌차하실 겁니다.” 진희원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 씨 가문에서 자기를 내쫓은 걸 아직 할머니한테 알리지 않아 진찰을 끝내자마자 한의원에 가려고 했다. 이호철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희 회장님 지금 서울대학병원에 계시는데 주치의가 최 선생님이거든요. 제가 도저히 마음이 안 놓여서 그래요!” 진상철이 서울에서 아프면 당연히 제일 좋은 병원에 가서 진료받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어르신의 말을 들은 이호철은 걱정만 더 커지고 있었다. ‘지금 회장님이 아픈 이유도 이상한 데다가 아가씨가 아닌 동네 주민 같은 사람을 데려가면 나 이대로 잘리는 거 아니야?’ “그냥 아가씨한테 빚진 거로 할게요. 저희 회장님 연세도 많으신 데 이대로 있다가 큰일날까 봐 정말 무서워요.” 이호철은 솔직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저 이대로 잘리고 싶지 않아요.” 그의 말을 들은 진희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진료비 20만 원 받을 건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당연히 드려야죠!” 이호철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20만 원만 받는다니! 너무 착한 가격이야!’ 이호철은 서둘러 진희원을 차로 안내해 주며 몸을 약간 옆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조심하세요!” 한대에 6억 원이나 넘는 차 내부는 아주 호화로웠고 곳곳에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외제차에 차 번호도 888가8888… 보통 회사는 아니야.’ 전에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생각난 진희원은 뭔가 눈치챈 듯 눈썹을 추켜세우면서 물었다. “환자분 혹시 성이 진 씨인가요?” 막 차에 오르려던 이호철의 발이 쭉 미끄러졌다! “그, 그건…” 이호철은 당황하기만 하면 식은땀부터 났다. “아가씨가 그걸 어떻게?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진희원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 막대사탕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왜 갑자기 긴장하셨어요? 전 그냥 아무 말이나 막 내뱉은 건데. 원래 진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손이 크잖아요.” “아, 아무 말이나 막 내뱉으신 거구나.” 이호철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진 씨 성을 가진 사람들 손이 크진 하죠. 하하하.” ‘하긴, 이 아가씨가 경주 최 씨 가문을 알 리가 없잖아. 간소한 사람 같은데. 동네에서 주민들 진료나 봐주는데 경주에 대해서 아는 게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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