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2장 아무도 믿지 마
“바로 여기예요. 매달 월세를 내라고 재촉해야 한다니까요. 한 번도 제때 낸 적이 없어요. 불쌍해 보이지만 않았어도 당장 쫓아냈을 거예요...”
그 말을 한 사람은 슬리퍼를 신은 집주인이었다. 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
“그래도 평소에는 점잖아 보였어요.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닐 거예요. 평소에 다른 사람이랑 대화할 때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광주의 철거민들은 꽤 친근했다. 남자는 허리춤에 키를 잔뜩 걸고 있었다. 그는 윤성훈을 향해 상황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로 그쪽 돈을 빌린 거예요?”
윤성훈은 일반적으로 이런 곳에 오지 않았다. 그는 조금 전부터 안색이 아주 창백했다. 엄청난 악취를 맡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교양 있는 사람이었고 신사적이었기에 상대가 머쓱하지 않도록 덤덤하게 대답했다.
집주인이 중얼거렸다.
“사채업자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진희원은 주변 환경에 윤성훈이 불편해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마스크를 꺼내더니 윤성훈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윤성훈은 진희원이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가 시선을 내려뜨리자 얼굴이 가려졌고 숨을 들이켜는 순간 그녀의 옅은 향기가 느껴졌다.
윤성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진희원은 그에게 마스크를 씌워준 뒤 고개를 돌려 집주인에게 말했다.
“부탁드릴게요.”
집주인은 그 광경을 보고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이내 키로 문을 열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은 아주 작았고 안이 아주 어지러웠다. 중고로 보이는 노트북 하나, 탁자 위에는 버리지 않은 도시락, 소파 위에는 씻지 않은 옷이 있었다.
생활 조건이 좋지 않아서 생활 습관도 좋지 않았다.
집주인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했는데 아주 아름답게 생긴 진희원이 천천히 일회용 장갑을 꼈다.
“여기 계세요. 잠시 뒤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진희원은 그렇게 말한 뒤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집주인은 당황했다. 같은 고향 친구라고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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