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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2장 혼인

진희원은 손을 뻗어 그 사람의 손을 잡았다. “이것도 복식 체험의 일환인가요?” 그 사람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 진희원의 말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진희원은 그제야 그 노인이 표준말을 구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전 그녀는 방언으로 얘기했다. 노인은 아주 음침해 보였다. 그녀는 이곳에 아주 오래 있은 듯했고 심지어 왜 이곳에 그들의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지 의아해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진희원을 무시하고 재를 물에 뿌린 다음 그 물을 관에 조금씩 묻히기 시작했다. 진희원은 수도자였기에 그녀가 뭘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영혼결혼식을 위한 절차였다. 남자는 진희원이 뭔가 눈치챌까 봐, 또는 노인에게 겁을 먹을까 봐 걱정됐는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 이건 우리 마을의 풍습이에요. 장신구도 더 예뻐 보여야 하고 이렇게 재를 묻히면 이듬해 모든 일이 순조로울 뿐만 아니라 재운도 좋아진다고 여기거든요.” 진희원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 풍습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예전에는 확실히 본 적이 없어요.” “다른 지역에는 없거든요. 그러니 관광객들은 이런 체험을 하기가 쉽지 않죠.” 남자는 꽤 일리 있게 말했다. “사실 이건 우리 마을의 전설과 관련이 있어요.” 진희원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전설이요? 무슨 전설이요?” “하신이 신부를 맞이한다는 전설이죠.” 남자는 똑똑했다. 지금 밑밥을 많이 깔아둘수록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진희원은 그저 체험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자신이 그곳에 남아야 한다는 걸 상상도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수작이 잘 먹혔을 것이다. 그러나 진희원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하신이 신부를 맞이한다고요? 제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의하면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닌 것 같네요.” 진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노인의 표정을 살폈다. 노인은 화가 난 건지 입으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남자는 노인을 말리더니 진희원을 향해 계속 웃으면서 말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건 항상 그렇죠. 사건의 전모를 알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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