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9장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이라면 따를 수밖에.
“그래.”
경인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아빠를 쳐다보았다.
오늘 일로 아빠와 엄마의 사이가 멀어질까 봐 걱정되었다.
경이정은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들었다.
“밖에서는 희원이 말대로 해.”
경인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제가 사람 시켜서 약 가져오라고 했어요. 집에 집사가 없는데 제 주변에 괜찮은 사람 있거든요. 저녁에 그 사람이 약 갖고 올 테니까 처방대로 끓여달라고 하세요. 제가 하는 말 꼭 들으시고요. 화내지 마시고 운동 많이 하시고 실내 통풍 자주 하세요.”
진희원이 짐을 챙기며 노인에게 당부하자 경민규는 이런 진희원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져 밥도 얼마 먹지 않고 나가려고 했다.
중요한 건 희원이 인우를 때려죽이는 게 아닌 싫은 기색 없이 데리고 다닌다는 거다.
이렇게 하면 겉으로는 경인우가 진희원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진희원이 그를 진정한 재계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걸 경민규가 모를 리 없었다.
“엄마, 할아버지는 엄마가 돌봐줘요. 엄마가 집에 있으니까 안심이 돼요. 밖은 저와 삼촌들에게 맡겨요.”
진희원은 바빠서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고 경이란은 그런 딸이 안쓰러워 가는 길에 먹으라며 도시락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이제는 엄마가 행여 진희원이 마시고 먹을 것을 잔뜩 챙겨주며 때때로 용돈도 두둑하게 보내주었다.
진희원도 고분고분 엄마가 주는 대로 먹었기에 사과 하나를 입에 물고 멋있게 나가는 모습이 거리를 접수하는 조폭 같았다. 어쨌든 이미지가 생명이니까.
곧 진희원은 눈에 띄는 한정판 람보르기니에 시동을 걸었는데 그 기세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경인우는 진희원을 따라 차에 올라타더니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좌우를 살폈다.
아는 사람 눈에는 경씨 가문 장손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저 금방 해외에서 포항에 온 사람이었다.
진희원과 경인우의 모습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는데 하나는 속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하나는 이 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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