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9장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희원은 외할아버지가 움직이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외할아버지 곁에 있으니 복잡한 노인의 심경이 느껴졌다.
“옛날에는 상회가 뭉쳐서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남쪽 상회가 모두 외국인에게 의지하게 되다니 참으로 우습구나.”
“아버지.”
경현민이 그를 설득하려 하자 경민규가 시선을 들었다.
“난 괜찮아, 누구를 탓할 수 없지. 어쨌든 사업가는 이익을 추구하고 아무도 자신의 회사가 정말 파산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먹여 살려야 할 사람들이 많으니까.”
경민규는 자리를 떠난 사람들을 탓하지 않았다. 생존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모습이 정말 예전에 그 남쪽 상회일까?
진희원은 외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고 다시 한번 란스에게 눈길이 갔다.
‘엄마를 짝사랑했던 그 남자인가?’
잘생기긴 했어도 꽤 젊어 보여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란스가 말한 대로 그가 정말 자기 편이 되어준다면 그녀는 다시 판을 짜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겠지만 진희원은 절대 승패를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래도 일단 얘기를 나눠보고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는 할아버지 쪽에 말을 해둬야 했다.
그래서 진희원은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의 귀에 다가가 말했다.
“할아버지, 저 혼혈 아저씨가 우리 엄마 좋아하는 거 아세요?”
“?”
오랫동안 재계를 누빈 데다 배운 사람이었던 노인의 얼굴은 늘 차분했는데 지금 그의 모습에 경현민은 진희원이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저런 표정을 짓게 했는지 궁금해졌다.
경민규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희원아,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당연히 아니죠. 외할아버지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조상님께서 저한테 몇 가지 남겨주셨거든요.”
진희원은 고민하다가 덧붙였다.
“엄마랑 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봤어요.”
“잠깐 내가 진정할 시간 좀 다오.”
진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진정하고 계세요. 전 가서 만나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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