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3장
날이 저물 때쯤, 경씨 일가.
끼익.
프랑스풍 나무문이 열렸다.
진희원이 제일 처음 느낀 건 죽음의 기운이었다.
실내는 아주 아늑했고 심지어 책상 위에는 꽃 자수로 된 테이블보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서양식 장식품들이 놓여 있었고 벽등도 모서리마다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진희원은 여전히 그 방에서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그 불편한 느낌 때문에 방 안의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데다 희미하게 장미꽃 향도 났다.
곧이어 진희원은 기침 소리를 들었다. 그 기침 소리는 매우 낮고 심했으며 심지어 숨을 쉴 때에는 잡음도 들렸다.
기관, 기관지, 폐 모두 감염된 상태였다.
진희원은 예전처럼 간단히 진찰하고 싶지는 않았다.
환자는 그녀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녀의 외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한때 사업계의 걸출한 인물이었던 그녀의 외할아버지는 이젠 병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고 심지어 상태가 아주 심각했다.
진맥하기 전까지 진희원도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지석을 데리고 들어가지 않았다.
혼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오랫동안 병을 앓은 환자에게 아주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진희원은 외할아버지의 병이 하루 이틀 만에 생긴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암은 두렵지 않았다. 가장 두려운 건 암이 퍼지는 것이었다.
서재에 있던 경민규는 인기척을 들었는지 기침하던 걸 멈추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어르신, 의사 선생님께서 어르신의 건강 검진을 해드리려고 오셨어요. 약도 거의 떨어지셨잖아요. 이제 약도 바꾸셔야 하고요.”
경민규 앞에서 도우미의 태도는 허점 하나 없었다. 그녀는 매우 정중했다.
진희원은 조금 전 그녀를 조사해 보았지만 몸에 약을 지니고 있거나 이상한 향이 나지도 않았다.
그러니 외할아버지의 병은 확실히 그의 몸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경민규는 기운이 약했지만 말할 때만큼은 기세가 전혀 약하지 않았다.
“오 선생님에게 들어오라고 해. 오늘은 확실히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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