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0장 여재준, 여재준의 할아버지
분명 상대에게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었다.
저번에 까마귀는 윤성훈과 함께 한 노인이 스스로 넘어졌다가 길 가던 학생이 그 노인을 부축해서 일으켜주고 그의 상태를 걱정해서 구급차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러나 노인의 가족들은 도착한 뒤 그 학생이 떠나지 못하게 붙잡았다. 그들은 노인이 그 학생에게 부딪혀서 넘어진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했다.
학생은 노인이 정신을 차리면 모든 오해가 풀릴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노인은 정신을 차린 뒤 고개를 끄덕이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밀쳐서 넘어진 거라고 우겼다.
그 학생은 이 일 때문에 시간을 지체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노인을 밀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일이었다.
다들 하늘이 세상을 돌보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늘이 세상을 돌본다고 해도 세상은 원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날 하늘이 실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까마귀는 날개를 펄럭였고 까만 깃털이 떨어지면서 모든 것이 평온해졌다.
윤성훈이 법상을 회복하지 않으면 괜찮지만, 법상을 회복하게 된다면 인간과는 덜 접촉하는 것이 좋았다.
예전처럼 했다가는 또 어떤 파문이 일지 알 수 없었다.
진희원은 밖의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평범하게 날이 흐린 건 줄 알았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재준 씨가 중양대사가 한 말을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진희원은 그렇게 말하더니 아예 대놓고 여재준에게 물었다.
“배씨 일가를 제외하고 다른 이상한 일은 없었어요?”
중양대사의 말대로라면 그때 여재준은 배씨 일가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갑자기 질문을 받은 여재준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는 눈빛을 피하면서 말했다.
“없었어요.”
진희원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요?”
진희원이 믿지 않을까 봐 여재준은 웃으며 말했다.
“있었다면 일찌감치 희원 누나를 만나러 왔겠죠. 전 배승호보다도 간이 작잖아요. 명호 형도 알잖아.”
“그렇긴 해.”
자기 이름이 언급되자 진명호는 여재준을 바라보았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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