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비록 이 옷이 한여름에 다소 덥게 느껴질지라도 누군가는 이 옷의 디자인적 아름다움을 발견해 줄 거라고 믿었다.
브미티는 그저 한 사람이라도 이 옷을 좋아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강서윤이 가위로 그 옷을 잘라버렸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디자인한 옷이... 눈앞에서... 망가졌다.
쿠치 총괄 책임자도 얼굴이 굳었다.
‘다이아몬드 재벌이면 뭐해. 지금 이 자리에선 쿠치의 공식 모델일 뿐인데... 어떻게 자사 의상을 멋대로 훼손할 수 있지?’
그런데 바로 그때 강서윤이 똑바로 섰고 남은 천 조각들과 가위를 탁 던져버렸다.
모두가 숨을 삼켰다.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고 눈앞에 나타난 모습에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긴 상의는 아예 허리까지 잘려 하이웨이스트 크롭 탑으로 바뀌었고 얇은 허리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와이드 팬츠는 옆선이 깊게 트여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바람에 따라 살짝살짝 드러났다.
적당히 드러나는 노출과 실루엣은 오히려 은근함이라는 고급스러움으로 다가왔고 처음엔 갑갑하게 느껴지던 셋업은 한순간에 여름에 어울리는 시크한 룩으로 바뀌었다.
브미티는 그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이 옷은 애초에 요염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고자 했던 작품이었고 그래서 일부러 긴 소매와 와이드 팬츠로 구성했었지만 브미티가 놓친 게 있었다.
바로 시원함과 시선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강서윤은 단 몇 번의 가위질로 그 완성도를 채워버렸다.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체 분위기는 훨씬 감각적으로, 더 대중적으로, 더 완벽하게 되었다.
“퍼펙트, 완벽해요! 강서윤 씨는 정말 천재예요!”
브미티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지만 강서윤은 여전히 담담했다.
카메라 앞 배경지로 다가가며 단 한 마디를 남겼다.
“촬영 시작하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촬영 감독은 셔터를 들었고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보통은 포즈를 요구하면 바꿔주는 식인데 강서윤은 그런 지시조차 필요 없었다.
그녀는 마치 타이밍까지 계산하듯 몇 초간 포즈를 유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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