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그때마다 유지민은 겁에 질렸고 그녀의 마음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듯 아팠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강시현이 속 시원히 화를 내고 다시는 자신을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유지민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강 대표님께 무슨 잘못을 했나요? 여기는 비즈니스 협상 자리입니다. 강 대표님, 제발 제 협상을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내일 강하 그룹 홍보팀장으로 복귀해.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 말에 유지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에는 짙은 분노가 서렸고 그녀는 강시현의 강압적인 태도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불쾌했다. 그때 강인혁의 차분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작은아버지는 다른 사람을 강요하는 걸 좋아하시나요?” 강인혁이 앞으로 나서며 손을 들어 강시현의 손목을 잡았다. 힘을 준 것 같지도 않았는데 순간 강시현의 손목에 저릿한 통증이 퍼졌다. 마치 억지로 유지민을 놓게 만들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강시현은 더욱 날카로운 눈빛을 내비쳤지만 강인혁은 전혀 물러서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맞섰다.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강시현은 강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 더 이상 이 자리에서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손을 놓았다. 강시현이 손을 놓은 순간 강인혁은 유지민의 허리를 감싸 그녀를 품 안으로 보호하듯 끌어당겼다. “작은아버지, 홍보팀장이랑 빌리 지사 대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둘 중 어떤 걸 택할지 뻔하지 않나요? 왜 자꾸 지민이를 밑으로 끌어내리려 하세요?” 강시현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지민이는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했고 내 옆에 있어야 내가 보호할 수 있어.” “지민이도 이제 성인이에요. 삼촌이 평생 보호할 건가요? 그럼 양민하는 그걸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강인혁은 일부러 화살을 양민하에게 돌렸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양민하는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 몸을 굳힌 강시현은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 “강인혁, 너랑 지민이 무슨 사이야?” 유지민은 고개를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