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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유지민은 빠르게 문 앞으로 향해 문을 열었다. “강...” 인혁이라는 두 글자가 입안에서 맴돌다가 멈췄다. 눈앞에 선 사람을 본 순간 그녀의 몸이 서서히 굳어갔다. 3년 만에 그녀의 눈앞에는 강렬한 눈빛을 한 강시현이 서 있었다. 유지민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강시현을 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어떠한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예전보다 더 지쳐 보였다. 늙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한 모습이었다. 눈 밑에는 깊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고 오랜 시간 제대로 쉬지 못한 사람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단정한 슈트가 그를 떠받쳐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를 세련된 노숙자라고 부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남자는 누구야?” 유지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인혁 씨가 삼촌이랑 마주쳤나? 가족이라면 서로 못 알아볼 리가 없을 텐데... 지금까지 생각했던 게 틀린 건가?’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고 차가운 눈빛으로 강시현을 바라보았다. “강 대표님께서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돌아가세요.” 그녀는 단호하게 문을 닫으려 했다. 본능적으로 강시현을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강시현은 유지민의 냉철한 행동에 당황하며 그녀의 손목을 힘껏 움켜잡았다. 강시현의 손등에 선명한 핏줄이 떠올랐고 단단한 손아귀 힘이 느껴져 유지민은 그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유지민, 도대체 언제까지 나한테 이렇게 굴 거야?”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시현은 끊임없이 그녀를 찾았지만 단서는 매번 끊기며 그녀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또한 누가 단서를 끊어가며 그녀를 찾는 걸 방해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싸늘한 표정을 한 유지민은 이제 더 이상 강시현의 뒤를 쫓아다니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며 고분고분했던 그 아이도 아니었다. 유지민은 굳어진 몸을 한 채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예의 바른 말투로 물었다. “강 대표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2년 전 저는 신중하게 결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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