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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윤소정이 백지은에게도 장기 자랑을 하라고 말하자 백지은은 많이 부끄러워했다. “나는 요리밖에 할 줄 몰라요. 나는 그냥 빼주세요.” 이설아와 고희주는 호응을 해주며 백지은에게 꼭 장기 자랑을 하라고 했다. 진태현은 백지은을 위해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백지은 씨가 하기 싫다잖아요. 다음 사람이 하죠.” 백지은은 바로 진태현에게 고마운 눈빛을 보냈다. 윤소정은 주원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주원영에게 장기 자랑을 하라고 했다. 주원영은 외모는 수줍어 보였지만 학교에서 각종 공연에 자주 참가했다. 그녀는 마치 요정처럼 사람들 앞으로 뛰어나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저는 여러분께 시를 낭송해 드리겠습니다.” 주원영은 ‘다시 이별을 고하다’라는 시를 낭송했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전에 주원영을 과소평가하던 진태현은 이 순간 마음속으로 놀랐다. 사실 주원영은 다재다능한 사람이었고 문과 이과 모두 뛰어난 인재였다. 안타깝게도 이 외딴섬에 갇히게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문명사회에 돌아가서 큰 이바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원영의 시 낭송이 끝나자 윤소정은 진태현을 바라보았다. 진태현은 윤소정이 자기에게 장기 자랑을 하라고 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랐다. “나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는데 무슨 장기 자랑이에요. 됐어요.” 윤소정이 말했다. “그래도 뭐라고 할 줄 알잖아요?” 진태현은 바보같이 웃으며 장기 자랑을 피하려고 자기 자신을 깎아내렸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해요. 그렇지 않으면 왜 이사라가 항상 날 쓸모없다고 욕하겠어요?” 백지은은 진태현을 대신해서 말했다. “못 하겠다고 하는데 그만하죠.” 진태현은 백지은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고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윤소정은 진태현과 백지은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진태현과 백지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진태현이 장기 자랑을 원하지 않자 윤소정은 앞으로 나가 두 손을 등 뒤로 가져가더니 사람들을 바라보았지만 한 사람에게 시선이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윤소정이 마른기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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