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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그나마 경험이 있는 백지은이 먼저 고개를 돌리고 고하늬 역시 콧방귀를 뀌더니 돌아누웠다. 그제야 진태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후, 진짜 큰일 날 뻔했네...’ 태양이 해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자마자 진태현은 부스스 눈을 떴다. 찬란한 햇살이 그의 귀와 눈을 간질거리는 듯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햇살을 가릴 커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더 따뜻해질 테고 비바람도 막을 수 있을 텐데.’ 어제 피워둔 모닥불은 어느새 꺼져 숯과 연기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기지개를 켠 진태현은 크게 하품을 하며 바닷바람에 실려 온 비릿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여러분! 아침 먹을 시간이에요!” 밖에 말려두었던 도미로 국을 끓여 먹을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양치를 마친 백지은 역시 잔뜩 들뜬 기분으로 아침을 준비하려다 비명을 질렀다. “어! 도미가 사라졌어요!” 서로 눈빛을 교환한 진태현과 고하늬 역시 부랴부랴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젯밤 백지은이 돌 위에 말려두었던 도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던 세 사람이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맹수겠죠!” “육식동물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설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불로 만든 울타리가 야수를 막아주었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다간 세 사람이 맹수의 먹이가 될 뻔했다는 생각에 소름이 쫙 돋으려던 그때, 진태현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야수였다면 발자국이라도 남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진태현의 말에 고하늬는 바로 모랫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발자국이 하나도 없어요.” ‘맹수가 아니라면 뭐지? 물고기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바로 그때, 백지은은 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있던 냄비는 어디 갔죠?” 귀한 보물이라도 잃어버린 듯 백지은은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 여기 뒀었는데... 어디 간 거지?” ‘도미를 훔쳐 갈 때 냄비도 훔쳐 간 걸까? 맹수가?’ 어이없는 가설이긴 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한편, 한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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