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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왜... 왜 그렇게 말하는 거죠?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건가요?” 진태현은 이 섬을 관찰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설마 고하늬 씨도 알아챈 건가?’ 고하늬는 목마름을 참으며 생선구이를 먹은 후,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태현 씨, 생선을 나눠준 걸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괜찮은 사람이네요. 아내분... 정확히 말하면 태현 씨 전처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그렇게 저를 쳐다보시는 거죠? 제가 전처를 욕해서 기분 나쁘신가요?” 진태현은 모닥불에 나무를 더 넣으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럴 리가요! 하늬 씨가 알고 있는 것을 듣고 싶을 뿐이에요.” 고하늬는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진태현을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가 탔던 크루즈가 왜 두 번이나 암초에 부딪혔는지 아세요? 사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에요. 우리가 탔던 대형 크루즈의 레이더 시스템은 최첨단이었을 텐데, 암초에 두 번이나 부딪혔잖아요... 한 번은 해저의 암초에 부딪혔고, 두 번째는 더 황당하게도 산처럼 큰 암초에 부딪혔죠...” 진태현이 말을 끊지 않자, 고하늬가 계속해서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며 말했다. “매니저와 함께 크루즈 꼭대기에서 촬영 중이었어요. 우연히 조타실 안에서 선장과 수석 항해사의 대화를 들었는데, 그들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있었어요. 그들은 크루즈가 미지의 자기장에 들어갔다고 했어요. 레이더가 전부 고장 나고, 크루즈의 여러 기계가 작동을 멈췄다고 했어요. 그래서 크루즈가 통제 불능 상태로 암초에 부딪히고, 결국 침몰하게 된 거예요.” 진태현은 이마를 찌푸리며 고하늬에게 말했다. “이 해역에 이상한 자기장이 있어서 레이더와 기계 장비에 영향을 준다는 건가요?” 고하늬는 고개를 저으며 쥐고 있던 생선을 입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어쨌든 당시 선장과 수석 항해사가 그렇게 말했고, 두 사람 모두 매우 겁에 질려 있었어요. 수석 항해사는 살아서 나갈 수 없다는 식으로 울부짖었어요. 그런데 태현 씨는 왜 이렇게 침착한 거죠? 전혀 놀라지 않은 것 같은데요?” 진태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늬 씨의 말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도 조금 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 섬은 해변이 너무 깨끗해요. 아무리 깨끗한 해변이라고 해도 쓰레기가 하나도 없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사람이 왔다 갔든, 해류가 쓰레기를 밀어오든, 어느 정도로 오염되기 마련이죠. 그러니 이 섬은 지금까지 사람이 전혀 오지 않았고, 해류도 쓰레기를 가져올 수 없을 만큼 외부와 단절된 곳이란 것을 뜻하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제 거의 다 먹었으니, 돌아가야죠?” “돌아가요? 어디로요? 저는 애초에 돌아갈 생각이 없어요” 고하늬는 하품하며 모닥불 옆에 누워 손을 머리맡에 대고 진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그 여자들처럼 어리석지 않아요. 특히 태현 씨의 전처 말이에요. 아직도 구조대가 와서 구해줄 거라고 꿈꾸고 있더군요. 만약 구조대가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섬에서 오랫동안 살아야 할 거예요. 저는 여자로서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분들도 마찬가지죠.” 고하늬가 당차게 말했다. “저는 자신감이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여자예요. 제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요. 태현 씨는 우리 중 유일한 남자이고, 우리는 태현 씨와 함께해야만 살 수 있을 거예요. 이 모닥불과 구운 생선이 그 증거죠. 그래서 저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태현 씨와 함께 할 거예요.” 진태현은 냉소를 지으며 고하늬를 바라보고 말했다. “뭔가 착각한 것 같네요. 제가 정말로 예쁜 여자를 보면 이성을 잃는 어린 남자와 다를 게 없을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하늬 씨는 기혼 남자를 전혀 모르는 거예요. 그리고 하늬 씨에게 생선을 줬다고 해서 제가 반드시 하늬 씨를 책임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이 외딴섬에서 두 사람이 사는 건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진태현은 고하늬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생존하려면 그만큼 남자인 진태현이 더 힘들어질 테니까... 고하늬는 긴 속눈썹을 깜박이며, 얼굴에 당황한 기색 없이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태현 씨가 저 같은 낯선 여자를 돌봐야 할 필요는 없어요. 저도 여자인 걸로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 외딴섬에서는 여자 혼자 살아남기가 더 어렵겠죠. 하지만... 태현 씨, 전처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고하늬가 진태현의 아픈 곳을 자극했다. “솔직히 말해서, 제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도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면, 저는 남편을 고자로 만들어서라도 생지옥을 맛보게 할 거예요. 태현 씨가 만약 저를 곁에 남겨둔다면, 사라 씨가 저와 태현 씨의 사이를 오해하고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될 거예요. 저는 여자니까, 여자의 심리를 잘 알아요. 그리고 만약 정말로 돌아갈 수 없다면, 태현 씨도 곁에 여자를 두어야 욕구를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평생 혼자서 살고 싶은 것은 아니겠죠? 저는 태현 씨가 그렇게 버텨낼 수 없을 거로 생각해요.” 진태현은 고하늬의 얼굴에 떠오른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고하늬가 아주 똑똑하고 현명해서,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태현은 처음부터 고하늬가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육지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때도 고하늬는 전혀 두려워하거나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은 남자인 진태현도 인정할 정도였다. 진태현은 아무 말 없이 모닥불 옆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다. 고하늬는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던 고민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정확히 말해 주었기에, 진태현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바닷바람이 해면 위에서 계속 불어와 모닥불의 불꽃이 휘날리더니 파란 불꽃이 일었다. 진태현은 잠결에 부드러운 살결이 그의 등에 닿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매끄럽고 탄력 있는 고하늬의 다리를 만졌다. 진태현은 순간 잠에서 깬 순간 고하늬의 팔이 자기 목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고하늬의 긴 다리 하나가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고하늬의 가슴은 진태현의 등에 밀착되었고, 진태현은 그녀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가슴을 느꼈다. 진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하늬의 팔을 떼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몸을 돌려 잠든 고하늬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더욱 강하게 그를 껴안았다.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밀착되었다. 진태현은 바로 앞에 있는 고하늬의 뽀얀 피부와 청순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진태현은 목구멍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입술에 가까이 다가가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하늬의 붉은 입술에 가까워졌지만, 거의 닿을 때쯤 그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한편 고하늬는 눈을 감고 돌을 잡고 있던 손에 긴장을 풀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진태현을 껴안고 계속 잠을 청했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부터 진태현은 코코넛을 깨서 코코넛 워터와 코코넛 과육을 준비해 아침으로 먹었다. 그는 어젯밤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모기도 많았고, 매력적인 여자가 숨 막힐 정도로 꼭 껴안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고하늬는 천천히 걸어와 코코넛 워터로 이를 닦고 남은 코코넛 워터를 마신 후 진태현을 바라보았다. “전처를 상대로 도발해 보지 않을래요? 비참한 표정 좀 구경하고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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