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이사라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진태현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몇몇 사람은 진태현과 거리를 두며 뒤로 물러섰다.
“이사라, 너 미쳤어? 너랑 나 사이의 일은 아직 제대로 따지지도 않았어! 진짜 내가 보살인 줄 알아?”
진태현은 순간적으로 화를 내며 얼굴에 극도의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즉시 이사라에게 다가가 손찌검하려고 했다.
예전의 진태현이라면 여자를 때리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이사라 같은 여자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느꼈다.
“진태현, 할 수 있으면 나한테 손대 봐!”
이사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진태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바다에서 있었던 일, 그렇게 쉽게 넘어갈 거로 생각하지 마. 바다에서 네가 나를 죽이려고 했던 일,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말씀드릴 거야. 그리고 널 법정에 세울 거야! 반드시 네가 한 일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나를 그렇게 쉽게 보지 마!”
진태현은 극도로 화가 나서 이사라를 향해 삿대질하며 격한 어조로 말했다.
“대가를 치른다고?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은 너 아니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우리 결혼과 그 X같은 사랑을 위해 죽도록 일해서 돈 벌었는데, 넌 날 배신했잖아! 네가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이사라는 바닥에 앉아 차가운 얼굴로 진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항상 그렇게 불평만 해. 네가 능력이 있었으면, 돈을 잘 벌어서 내가 원하는 행복을 줬으면 내가 이혼을 요구했겠어? 네가 나한테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나를 죽이려 한 게 정당화될 수는 없어. 돌아가면 경찰에 신고하고, 너의 부모님께 네가 얼마나 잔인한 인간인지 알릴 거야.”
“뭐라고? 젠장! 지금 당장 죽여버리겠어!”
진태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이사라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앞으로의 삶이 감옥에서 끝날지라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설아와 다른 여자들이 일어나 이사라 앞을 막고 서서 진태현을 적대적으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지 간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폭력 성향이 있고 사람을 죽이려는 살인범을 곁에 둘 수 없어요. 이만 떠나주세요. 진태현 씨는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없어요. 살아서 나간다면 두 사람 사이의 일은 법이 결정할 겁니다.”
이설아는 차가운 얼굴로 진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여자가 바람을 피우고 내연남까지 만들었는데, 지금 저 여자를 감싸고도는 건가요?”
진태현이 이사라를 감싸는 여자들을 노려보며 물었다.
“사라 씨가 무슨 짓을 했든지, 그것이 진태현 씨가 사라 씨를 죽이려 한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라 씨는 진태현 씨의 아내였고, 진태현 씨는 그런 아내를 죽이려 했어요. 진태현 씨 같은 남자는 정말 끔찍합니다. 처음부터 진태현 씨를 구하지 말고 바다에서 익사하게 놔뒀어야 했어요. 그만 무례하게 굴고 당장 떠나세요. 아무리 여자들이어도 쪽수에서 진태현 씨가 밀리는 상황이니 좋은 말로 할 때 떠나세요.”
“살다 보니 별의별 남자가 다 있네요. 단지 사랑하는 남자를 찾은 것뿐인데, 그게 진태현 씨의 손에 죽어야 할 정도로 큰 죄를 지은 건가요? 이제 보니 진태현 씨는 아내를 바다에 빠뜨려 익사하게 한 그 영화 속 사이코패스와 똑같아요. 정말 소름 끼쳐요!”
다른 여자들도 진태현에게 손가락질했다.
진태현은 그저 허탈하게 웃었다.
‘정말 여자들다운 사고방식이네... 사랑이 죄는 아니라고? 용서받아야 할 일이라고?’
“여러분,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는 있는 거죠?”
“제가 정말 저 여자를 죽이려고 했다면, 과연 지금까지 살아있게 뒀을까요? 이사라,고소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 진태현이 다시 너에게 굴복할 일은 없을 거야.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두고 봐... 너 같은 쓰레기는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진태현은 살벌한 표정으로 이사라를 쏘아붙인 뒤, 해변 쪽으로 걸어갔다.
이사라는 냉담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진태현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태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태현은 해변을 걸으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는 이사라를 극도로 혐오하게 되었다.
한참을 걷다가 다리가 피로해지자 진태현은 그제야 몇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혼자서 며칠을 어떻게 버티지?’
진태현은 건조한 입술을 핥으며, 야자나무 쪽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그는 힘겹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몇 개의 코코넛을 따서 내려왔다. 그리고 돌에 부딪혀 반으로 갈라 코코넛 워터를 마셨다.
해안선에 서서 진태현은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와 담배를 꺼냈다. 그러나 담배는 이미 바닷물에 젖어 피울 수 없게 되었다.
진태현은 담뱃갑을 구기며 원주민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해변이 너무 깨끗해서 쓰레기 하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했다. 하나는 섬에 사는 원주민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섬엔 어부들조차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태현은 끔찍한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밀어냈다.
썰물이 되자 진태현은 얕은 물가를 거닐며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을 찾았다. 그는 많은 기이한 모양의 소라와 물고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진태현은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 바닷가에서 주운 소라를 불 옆에 두고 나뭇가지에 물고기를 꽂아 구웠다.
구운 소라를 먹고 나서 그는 나뭇가지에 꽂은 물고기의 탄 부분을 벗기고 속살을 먹었다.
“저기... 태현 씨, 나도 물고기 좀 나눠 줄 수 있어요? 너무 배고파서 그래요.”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진태현은 깜짝 놀라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진태현은 그 여자가 통성명했었던 고하늬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제가 왜 나눠줘야 하죠?”
진태현은 고개를 돌려 물고기를 뜯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은 다이어트를 위해 오늘 아침도 안 먹었어요. 그래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셈이에요. 태현 씨의 아내가 바람피워 태현 씨를 배신한 건 잘못된 행동이 맞아요. 그리고 태현 씨는 그런 아내를 죽이지 않았고 오히려 구해줬잖아요. 제가 그걸 다 봤어요. 물고기를 나눠주면, 그분이 태현 씨를 고소할 때 제가 증언해 줄게요.”
고하늬는 긴 다리를 끌어안고 진태현의 옆에 앉아 마음을 다해 말했다.
진태현은 이미 반쯤 먹은 물고기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증언 해줄 필요 없어요. 난 그런 짓 한 적 없으니까요. 게다가 이사라는 아무 증거도 없으니, 저를 어쩌지 못할 거예요.”
고하늬는 물고기를 받아 크게 한 입 먹으며 말했다.
“사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저희는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진태현은 놀란 눈으로서 고하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