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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잖아요! 정말 여기서 죽어야 하는 건가?” 이설아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불안하게 말했다. 이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 기울여보니 사람 발소리 같았다. 소리를 들은 이설아는 벌떡 일어났다. 진태현도 긴장하며 일어나서 밖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다. 진태현이 상상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고하늬가 불빛과 연기를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고하늬라면 분명히 현명하게 두 사람을 구해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이 발걸음 소리가 이사라인 것이었다. 이사라는 무능했다. 머리가 나쁜 것은 물론이고, 심성이 착하지 않은 데다가 진태현에게 앙심을 품고 있어서 어쩌면 진태현이 죽기를 바랄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사라가 오면 진태현을 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었다. 진태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설아는 이미 큰 목소리로 구조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 있어요? 저희 좀 구해줘요!”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몇 번 소리쳐도 대답이 없자, 이설아는 지쳐서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힘을 내어 구조요청을 했다. “그만 소리쳐요. 구조를 받기 전에 지쳐서 쓰러지겠어요...” 진태현은 바닥에서 돌을 주워 이설아에게 건네며 말했다. “소리 지르지 말고, 이걸로 벽을 두드려봐요. 소리가 더 크게 울릴 거예요.” 말을 마치고 진태현도 큰 돌멩이를 손에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돌을 들어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두드렸지만,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지쳐서 그만두려고 할 때쯤, 멀리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들려요? 저기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돌을 두드리는 소리 같아.” “동물이라면 돌을 두드리진 않을 거예요. 분명히 사람일 거예요!” “함께 가서 확인해 봐요.” 두 사람은 밖에서 들려오는 짧은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이설아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진태현은 단번에 주원영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통성명했을 때, 주원영은 대학교 4학년이며 성악을 전공한다고 소개했었다. 곧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이설아는 펄쩍 뛰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제발 구해주세요!” 이때, 구덩이 위에 낯익은 두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진태현이 고개를 들어 보고 나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가장 나쁜 상황이 눈앞에 닥쳐왔다. ‘주원영과 함께 온 사람은 이사라였어!’ “원영 씨, 사라 씨! 두 사람이었군요! 우리 두 사람은 실수로 여기 떨어졌어요. 제발 우리를 구해줘요!” 이설아는 두 사람을 알아보고 절박하게 말했다. 그러자 주원영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설아 언니? 그리고... 태현 오빠? 어쩌다 여기 떨어지게 된 거예요?” “해가 지고 있으니 길게 얘기할 시간 없어요. 빨리 우리를 구해줘요.” 진태현은 이사라를 보지 않고 주원영에게 말했다. “원영 씨, 서둘러 다른 사람들을 불러와서 우리를 구해줘요. 대신 여기서 나가게 되면 제가 배고프지 않게 책임지겠습니다.” 진태현은 지난밤 이사라의 말을 들은 여자들이 자기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지금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큰 목소리로 조건부터 내걸었다. 주원영은 배고프지 않게 책임진다는 얘기에 솔깃했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지금 당장 가서 사람들을 불러올게요. 다 같이 힘을 모으면 두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원영 씨, 여기서 우리를 구해주면 내가 공짜로 세계 여행을 시켜줄게요!” 여행 크리에이터 이설아가 감격하며 말했다. 그러나 이사라는 이내 냉소를 보였다. “세계 여행? 웃기는 소리! 여기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어요?” 말하며, 이사라는 주원영의 팔을 꽉 잡았다. “이사라, 이게 무슨 짓이야?” 진태현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짓이냐고? 주원영이 너희를 구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 진태현, 너는 여기서 죽어야 해.” 이사라는 입을 가리고 비웃으며,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진태현이 곧 죽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더 이상 어떻게 말해줘야 해? 난 태현 씨가 여기서 죽기를 바라는 거야. 영원히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고하늬가 너에게 몸을 바친다고 해서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참, 그러고 보니 고하늬는 어디 갔지?” 이사라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진태현, 너 같은 멍청이 새끼는 여기서 조용히 죽어야 해. 우리가 너를 구할 거로 생각한 거야? 꿈도 꾸지 마. 평생 가장 후회되는 일이 너 같은 놈이랑 결혼한 거야. 하늘이 나를 돕네? 구조대가 오면 나는 육지로 나가서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 거야. 너는 절대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난 지금 두 사람을 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도 근처도 오지 못할 거거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알려줄게!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을 거야.” 두 여자는 이사라의 끔찍한 말에 충격을 받았고, 주원영은 두려움에 떨었다. 진태현은 이미 이사라의 본성을 알았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사라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짓을 해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조차 남이 당연하게 해줘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독사와 같은 존재다. 진태현은 이사라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완전히 포기했다. 대신 그녀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좋아. 네가 한 말들을 기억할게. 내가 여기서 살아남기만 하면, 너는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 진태현의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과 말에 이사라는 순간 몸이 떨렸다. 이사라는 불길한 느낌을 들었다. 순간, 진태현이 여기서 살아남으면 분명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사라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냉소를 지었다. “네가 뭐라 하든 상관없어. 먼저 여기서 나가고 나서 말해봐.” “원영 씨, 가요!” 말하며, 이사라는 주원영을 끌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사라 언니, 여기 두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잖아요. 나는 두 사람이 죽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요... 구해야 해요!” 주원영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사라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차갑게 말했다. “미친 소리 하지 마요! 그 입 다물어요. 그렇지 않으면 원영 씨도 확 밀어버릴 거예요. 저기 두 사람과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요!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일 거예요. 빨리 가요!” 이사라의 위협에 주원영은 울먹이며 떠났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구덩이는 다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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