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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이튿날, 비서인 지진욱이 찾아왔을 때, 정지연은 막 짐을 다 꾸린 상태였다. “정 교수님.” 지진욱이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이사 도와드리겠습니다.” 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의 짐은 정말로 적지는 않았다. 옷이야 몇 벌 없어 트렁크에 전부 다 들었지만 서적들은 족히 몇 박스나 되어 트렁크에 가득 찼다. 월아 센트는 A 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한강대교를 건넌 차는 강변 쪽으로 직진했다. 이곳은 Z시에서 유명한 한강뷰 오피스텔이었다. 주민환의 집은 37층에 있는 300평이 넘는 집으로 한 개 층이 집 한 채인 한강이 한눈에 다 보이는 집이었다. 정지연은 집의 인테리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유일한 불만은 바로 온 집안에 방이 딱 두 개뿐이라는 것이었다. 하나는 호화롭기 그지없는 안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형 도서관 크기의 큰 서재였다. 그다음에는 커다란 거실에 수십 미터나 되는 큰 베란다가 있었다. 집에는 그녀가 입을 옷과 신발 그리고 일상용품이 전부 준비되어 있었다. 지진욱은 정지연의 짐들을 옮겨준 뒤 말했다. “정 교수님, 대표님께서는 조용한 것을 좋아합니다. 평소에는 가정부만 방문하고 식사도 아주머니가 와서 차려주실 겁니다. 다만 사전에 미리 메뉴는 주문을 하셔야 해요. 이건 집사 어플입니다. 필요한 것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이미 정보를 등록해놨으니 앞으로는 안면 인식으로 여시면 됩니다.” 말을 마친 그는 옆에 있는 태블릿을 가르켰다.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지진욱이 떠난 뒤 정지연은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정리를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는 아래층의 도로를 따라 런닝을 몇 바퀴 하면서 길도 익히고 주변 환경을 살펴봤다. 그러면서 단지 내의 마트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간단하게 장까지 봤다. 정지연은 비록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휴식을 할 때면 절대로 자신에게 소홀한 사람이 아니었다. 요리는 그녀가 아주 즐기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그녀는 요리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심아영의 말을 빌리자면 5성급 호텔 메인 쉐프 수준이었다. 그녀는 세 가지 요리에 찌개 하나까지 끓여냈다. 토마토수프, 감바스에 잡채, 그리고 갈비탕까지 끓였다. 앞치마를 벗은 정지연이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민환은 하루 종일 일한 탓에 몹시 피곤했고 오션 아일랜드 쪽으로 가기도 귀찮았다. 그 시각, 집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신발을 갈아신은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역시나 안쪽에서 젓가락을 든 채 식탁에 앉아 있는 정지연을 발견했다. 직접 요리를 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치마가 아직도 옆 의자에 놓여 있었다. 태연자약한 주민환과 달리 되레 정지연이 조금 놀랐다. 왜 돌아온 거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구역이었으니 상대의 존재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주민환 씨. 같이 드실래요?” 정지연은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요.” 주민환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손 씻고 와요. 식사 준비할게요.” 식사는 주민환의 입맛에 딱 맞았다. “실력이 괜찮군요, 따로 배운 겁니까?” 젓가락을 내려놓은 주민환은 차를 따라 마시며 물었다. 정지연은 시선을 들어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를 하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스킬이잖아요.” 주민환은 느긋하게 들고 있는 잔을 흔들며 계속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식사를 이어가는 그녀를 보다 물었다. “지진욱에게 들어보니 흔쾌하게 사인을 했다면서요. 빠져나갈 구석을 위해서 무슨 조건이라도 내걸 줄 알았는데요. 예를 들면 헤어진 뒤의 보상이라던가….” 그 말에 정지연이 잠시 멈칫했다. 고민을 하다 주민환과 시선을 마주한 정지연이 대답했다. “원하는 게 많으면 괜한 고민만 생기는 법이죠. 뭐가 됐든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제가 주민환 씨 돈을 노릴 거란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당신을 선택한 건 확실히 당신의 조건이 괜찮아서긴 해요.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외모도 출중하고, 제가 도움을 줄 필요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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