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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문 회장은 이미 암 말기라서 그걸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생태였다. 그쪽 전문가인 강 선생은 정지연이 아니었다면 문 회장을 자기 환자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강 선생이 문 회장을 자기 환자로 받아들인 덕에 문 회장은 병을 치료하는 동안 그리 힘든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 "정 교수님, 교수님도 저를 도와준 적이 있으니, 제게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저는 의사라, 이 모든 게 제 일입니다." "하지만 문씨 가문 사람들이 선생님을 많이 괴롭혔을 것 아니에요?” 정지연은 고개를 돌려 강 선생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눈동자에 미안한 기색을 띠었다. 전형적인 졸부였던 안서순과 문유안은 성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문 회장의 치료에 간섭하며 의사의 능력을 의심하는 짓을 서슴지 않고 했었다. 다행히 문 회장이 정신이 말짱해 두 사람의 행패를 말릴 수 있었다. 강 선생은 웃으면서 말했다. "보호자가 화를 내는 것도 정상이니 굳이 마음에 둘 필요 없습니다." "어쨌든, 고마워요. 할아버지는 언제 깨어나요?" "이틀은 지나야 깨어날 겁니다. 아직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니, 환자분의 상태가 안정되면 병실로 옮길 거예요. 만약 환자분이 깨어나면 제가 연락드리죠.” 그 말을 들은 정지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또다시 진동했다. 정지연이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꺼내 보니, 여전히 조금 전에 본 그 전화번호였다. 정지연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거의 받지 않는 편이었으나, 짧은 시간 안에 이 번호로 벌써 세 번이나 전화가 걸려 왔다. 정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정지연이 차가우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전화기 저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지연이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나지막한 울음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깜짝 놀란 정지연은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큰 소리로 물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혹시... 기한이야?" 이때 울음소리가 더욱 뚜렷해졌다.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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