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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를 본 몇몇 어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밖에서 자라더니 성질이 드세네. 시집가서도 강씨 가문 망신만 시키겠어.” “사람 붙여서 예법 좀 가르쳐야지. 아무리 거친 계집도 부드러워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 “준하 너도 알겠지만 이씨 집안은 서경 최고의 재벌가야. 재산이 수조 단위라던데, 잘만 하면 우리 가문이 한 단계 더 오를 수 있겠어. 큰 공을 바라진 않아도 제발 사고만은 치지 않게 해줘.” 강준하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 “서우야, 그만하고 어서 어른들께 인사드려.” 강서우는 캐리어를 끌고 다가갔다. 시선은 강준하 너머로 넘겨 자애롭지만은 않은 표정의 어른들을 쓱 훑었다. 강씨 가문은 서경시에 뿌리를 둔 가문이다. 조상 중에 관직에 오른 사람이 있어 대단한 영예를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후손들은 영예를 잇지 못한 채 고루한 규율만 잔뜩 물려받은 셈이었다. 늘 자신들을 명문 세가라고 부르면서, 강서우의 어머니가 고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결혼식조차 제대로 치러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기술 덕분에 한 걸음씩 사업을 키워 지금의 강씨 가문을 일궈 놓은 것 아닌가. 강준하가 임유연과 강채원을 데리고 집안에 들어올 때, 강서우가 어른들에게 호소하러 갔었다. 하지만 그들은 강준하의 위치에서는 첩 두세 명 두는 건 평범한 일이라고 넘어가 버렸다. 이보다 더한 무신경과 뻔뻔함이 있을까. 강서우는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제가 그렇게 못 미덥다면 정략결혼은 채원이한테 넘기죠. 제가 강성에 힘을 보탠 적이 없다고 항상 말씀하셨잖아요. 이젠 제 어머니 이름도 집안에서 완전히 지운다고 들었어요. 효심을 담아, 저 내일부터 강성 그룹에 출근하겠어요.” 분노한 어른들의 수염이 부들부들 떨렸다. 강준하 역시 격노한 기색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분을 억눌렀다. “서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내 큰딸이야. 네 인연을 채원이한테 넘겨줄 수는 없지.” “하하.” 강서우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서경 소식을 모르는 건 아니라서요. 이씨 가문의 셋째 아들이 이세빈이라고 했나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저도 알아요. 불임인 남자한테 보내기에는 채원이가 아까운 거겠죠. 속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나 하면서 아버지 노릇을 하는 척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강준하의 눈이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이세빈이 불임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뒤에 강서우가 모르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세빈의 재산은 장차 그의 조카가 승계할 예정이라는 유언장이 이미 쓰여 있었다. 결혼해 봤자 강서우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세빈이 아무리 잘생기고 신선 같은 외모라 한들 이득 볼 게 없는 결혼이라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원래는 강서우를 설득하려 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등을 돌린 마당에 강준하도 더는 연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넌 내 딸이고, 우리 집안의 피가 섞였으니 길게 말 안 하겠다. 강성에 지금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걸 이세빈이 틀어쥐고 있어. 그러니까 얼른 몸단장해서 만나 봐.” 강서우는 잠시 생각했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서경시에 오기 전 이미 강성 그룹에 대해 조사했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의 운명을 걸 정도로 큰 프로젝트였다.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첫째, 제가 계약을 성사시키면 직접 프로젝트를 맡을 거예요.” “네가 뭔데?” 강채원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이씨 가문과 관계를 만들려고 했다. 그녀는 볼품없는 이세빈이 아닌 후계자 이석민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서우가 고개만 기울여 강채원을 흘겨봤다. “그럼 네가 결혼할래?” 짧은 한마디에 강채원은 말문이 막혔다. 강준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강성은 나 혼자 운영하는 게 아니야. 네가 만약 실수하면 다시는 회사에 오겠다고 말도 못 꺼내게 될 거야.” 강서우는 직접 답하지 않고 위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두 번째 조건은 제 방을 원상태로 치워줘요. 오늘 밤 거기서 잘 거예요.” 일에 방까지 연속으로 빼앗긴 강채원은 완전히 뚜껑이 열렸다. “난 못 받아들여!” 강서우는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캐리어 손잡이를 놓고 돌아섰다. “지금 이세빈 씨 만나서 혼인신고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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