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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강채원은 강서우에게 한마디 들은 뒤 즉각 무너진 듯 분한 기색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내가 보기에 언니는 애초부터 우리를 한 가족이라 여긴 적 없는 것 같아! 강씨 가문을 위해서 생각해 주지 않는 건 둘째 치고, 난 아버지가 직접 키워 준 딸이야. 날 비난하는 건 곧 아버지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마지막 말은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강채원은 당장이라도 강준하의 품에 뛰어들어 흐느낄 기세였다. 이에 강준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디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아버지를 모욕해? 밖에서 몇 년 살았다고 예의도 모르고 분수도 몰라? 채원이 말 중에 틀린 말 하나 없어. 네 이름은 강서우고, 강씨 집안사람이야. 잘되면 함께 좋은 거고, 망하면 다 같이 망하는 거야! 이씨 가문의 돈으로 우리 가문의 빚 좀 메꾸면 결국 식구끼리 다 같이 이득을 누리게 되어 있어! 어른들 말대로 나가 사는 동안 못된 버릇만 들었구나. 넌 내가 나중에 손봐 줘야겠다!” ‘식구?’ 강서우는 예전부터 이들을 가족이라 여긴 적이 없었다. 강준하의 질책에도 강서우는 고작 씁쓸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사실 프로젝트는 이미 허락받았어요.” “...” 강준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강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근데 저를 어떻게 손봐 줄 거라는 말씀이죠?” “내... 내가 무슨! 그냥 예의 차리라고 하는 얘기였지. 너도 이제 예의를 알고, 이씨 가문에 잘 적응하면 좋겠다는 뜻이야.” 강준하는 한참 더듬더듬 변명하더니 금세 비위를 맞추는 말로 바꿨다. “서우야, 이 프로젝트만 잘 성사시키면 넌 강씨 집안의 최고 공신이 될 거야.” ‘공신?’ 딱히 필요치 않은 명칭이었다. 강서우는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서 정갈하게 놓인 도자기들을 바라봤다.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공신으로 불리는 것보다, 저는 엄마의 납골함이 경자당에 들어가는 게 더 좋아요.” “그건 프로젝트가 완전히 성사된 뒤에 천천히 얘기해 봐야지.” 강준하도 만만치 않았다. 일이 제대로 성사됐는지는 오직 강서우 말뿐이고, 실제로 계약서가 오갈 때까지 확신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강씨 가문을 떠나 사생아와 함께 잘 살아온 걸 보면 확실히 어느 정도 능력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납골함을 가문의 사당에 넣어 준다면, 강서우가 원하는 걸 너무 쉽게 이뤄 주는 셈이다. 앞으로 계속 부려 먹기에 그건 좋지 않았다. 강준하는 그런 속셈을 품고 대충 몇 마디로 강서우를 달래다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강서우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방 안을 가득 채운 도자기를 바라보았다. 눈앞에 어머니가 생전 도자기를 빚을 때 보여 주셨던 환한 미소가 자꾸만 겹쳐 오르며, 다시금 휴대폰을 꽉 쥐었다. ‘반드시 엄마의 것을 되찾아 드릴 거야.’ 그렇게 생각한 뒤 망설임 없이 자리를 털고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이세빈이 준 또 다른 주거지는 고급 단지 실버라인에 있었다. 강성 그룹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로, 한 층에 두 집만 있는 구조였고 꼭대기 층이라 서경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외곽의 별장보다 평소에 머물 집으로는 이곳이 훨씬 편리했다. 강서우는 이삿짐 업체와 디자인 회사를 불러 일상용 가구와 필요한 생활용품을 조금 들여놨다. 수량은 많지 않았고 쓰임새만 있으면 됐다. 일꾼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강서우는 문 앞에서 기다리면서 지켜봤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반대편 집도 같은 시각에 이사를 시작한 듯 이삿짐 업체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버라인이 새 아파트도 아닌데, 이웃이 동시에 이사하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강서우는 자연스레 감탄했다. “정말 우연이네...” 예전에는 박민재가 바로 옆집에 살았고, 심지어 두 채의 별장이 동시에 공사에 들어갔었다. 지금은 이웃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두 집이 함께 리모델링을 하는 모양새였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불안하거나 위축되지는 않았다. ‘이런 인연이면 언젠가 마주칠 수도 있겠네.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지.’ 강서우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박민재가 없는 미래가 훨씬 더 환하고 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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